
키움은 지난 14일 홍원기 감독과 김창현 수석코치, 고형욱 단장의 보직 해임을 발표했다. 현장과 프런트 수장의 목을 동시에 침으로써 공정한 모양새는 갖춘 경질 조치였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보면 홍 전 감독과 고 전 단장의 경질은 이상하지 않은 처사다. 2023년부터 2년 연속 꼴찌에 머무른 키움은 올 시즌도 꼴찌가 유력하다. 전반기를 27승3무61패, 9위 두산(36승3무49패)과 10.5경기 뒤진 압도적 꼴찌로 마쳤다. ‘절대’라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는 게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지만, 현 전력을 감안하면 탈꼴찌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키움은 장기로 치면 차포마상을 다 떼고 홍 전 감독과 고 전 단장에게 시즌을 치르라고 해놓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그야말로 ‘모순’이다.
키움은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구단명을 기업에게 파는 네이밍 스폰서를 비롯해 각종 수익 사업을 통해 구단을 운영한다. 자연히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를 잡는 건 언감생심이고, 보유한 수준급 기량의 선수들도 돈과 신인 지명권으로 팔아치우면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 키움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대들보 같은 선수들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도 적극 장려하는 이유도 이들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진출하게 되면 계약 금액에 따라 구단이 일정 비율의 이적료를 챙기기 때문이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562억원)의 계약을 맺은 이정후의 이적 대가로 키움이 챙긴 돈은 200억원이 넘는다.

홍 전 감독과 고 전 단장은 2021시즌을 앞두고 취임했고, 2년차였던 2022시즌에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양질의 재료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현장 지도자와 프런트 수장이란 얘기다.
그러나 2023시즌부터 키움의 스텝은 꼬였다. 투타 핵심인 안우진과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자 당장의 성적을 내는 ‘윈 나우’(Win-now) 대신 ‘리빌딩’으로 팀 운영 기조를 전환했다. 2023시즌 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정되어 있었고, 안우진도 군 복무로 인해 공백이 예상됐기에 이해할 수 있는 처사였다.

다만 2025시즌 준비부터는 이해가 가지 않는 운영 투성이였다. 이정후의 뒤를 이어 팀 타선의 리더 역할을 해준 김혜성마저 메이저리그로 떠나자 타선 보강을 이유로 외국인 타자 2명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투수놀음’인 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3명 슬롯을 투수 2, 타자 1로 채우는 건 오랜 기간을 통해 이미 검증된 배분이었지만, 키움은 외국인 타자 2명을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두 자릿수 승수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성적을 떠받쳤던 ‘외인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포기했다.


살림살이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키움 입장에서는 어차피 팀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두 외인 투수에게 100만달러 이상의 몸값을 안겨주는 건 효율적인 운영이 아니었다. 그렇게 후라도(8승7패 평균자책점 2.76)는 삼성으로, 헤이수스(6승6패 3.38)는 KT로 둥지를 옮겼고,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량으로 KBO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성적이 보장된 두 투수를 내치고 데려온 푸이그와 카데나스, 두 외인 타자는 성적 부진으로 퇴출됐다.

이러한 운영 기조를 결정한 건 홍 전 감독도, 고 전 단장도 아니다. 그들보다 더 위에 있는 구단 윗선이다. 책임지려면 그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키움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양새다. 그렇게 2009년부터 팀을 지켜온 홍 전 감독은 쓸쓸히 팀을 떠났다. 키움은 17일부터 시작하는 후반기 일정은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에게 1군 감독대행을 맡긴다. 신임 단장 자리는 허승필 운영팀장을 내부 승격시켰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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