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효과의 정량화와 바이브라이미지 활용

2025-06-20

[전남인터넷신문]꽃을 바라보거나 숲속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골에 가서 직접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 이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경험은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고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해소되는 듯한 이 감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치유의 경험이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유럽 등에서는 자연과 농업 활동을 치유 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농업이 식량 생산 위주의 산업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농업이 삶에 휴식과 회복을 제공하는 정서적 공간이자, 생태적 순환 속에서 건강과 치유를 지원하는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치유농업’은 고령화, 만성 스트레스, 우울감, 주의력 결핍 등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대안으로 그 가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치유농업의 효과를 주관적 체험에만 의존할 경우, 사회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분이 좋았다.”라는 개인의 느낌만으로는 제도화나 행정적 지원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유농업의 실효성과 확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특히 정량적 데이터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측정 도구가 바로 ‘바이브라이미지(Vibraimage)’ 기술이다.

‘Vibra’는 진동, ‘Image’는 영상 혹은 이미지를 뜻한다. 바이브라이미지는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의 미세한 진동(0.02mm 수준)을 분석하여 정서 상태, 스트레스, 에너지 수준, 집중도 등을 시각화하고 수치화하는 기술로, 러시아에서 개발되어 감정 인식, 보안, 스포츠 심리 분석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술의 원리는 이렇다. 인간의 감정 상태는 무의식적이고 미세한 신체 떨림으로 나타나며, 카메라가 이를 포착해 영상 분석을 통해 뇌파에 유사한 데이터를 산출한다. 출력 결과는 흥분도, 긴장도, 감정 균형, 주의력, 스트레스 지수 등으로 구체화되며, 색상 그래프나 수치 지표로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측정 장비는 카메라, 지지대, 노트북으로 구성되어 이동이 편리하며, 피검자의 몸에 센서를 부착할 필요 없이 얼굴 촬영만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비접촉 방식은 특히 아동, 고령자, 또는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에게 매우 유용하다.

필자를 비롯해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최연우 교수, 송미진 교수 등 연구진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고자 바이브라이미지를 활용한 바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전후의 비교 결과, 불안 지수는 감소하고 에너지 수준과 긍정 정서는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주관적 만족도를 넘어, 실제 정서적 변화가 수치로 입증되었음을 의미하며, 치유농업 효과의 과학적 근거로 제시될 수 있었다.

바이브라이미지의 가장 큰 장점은 비접촉, 빠른 분석, 참여자 부담 최소화라는 점이다. 단순한 평가 도구를 넘어, 프로그램 설계와 효과 검증을 위한 핵심 장비로서의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정성적 관찰, 인터뷰, 설문지 등과 병행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정서 상태는 개인의 심리적 배경, 문화, 외부 자극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일 수치만으로 전반적인 치유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양한 정성·정량 도구와 함께 활용된다면, 치유농업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치유농업의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고, 그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복지시설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가’에 대한 정량적 근거가 요구된다. 치유농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치유 효과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그 질문과 수요에 답하려면 바이브라이미지처럼 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정량화하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해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