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당 1600원, 중국산 600원…"中 철강 오면 다 망해"

2025-03-14

정부가 수입 철강 원산지 모니터링 강화 카드를 집어 든 것은 국산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의 중국산 제품이 다른 나라를 통해 국내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선박·기계용 등으로 쓰이는 후판 등 중국 철강 원자재의 공습에, 중소 철강 업체는 맨홀 뚜껑과 철선 등 중국산 철로 만든 완제품의 안방 잠식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미국향 판로가 막힌 중국산 제품이 더 헐값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특히 십수 년 전부터 사투를 벌여온 주물·철선·금형 등 중소 철강 업계의 경우 버틸 수 있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원산지 모니터링 강화를 검토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도 원산지를 허위 기재해 불법 유통시키는 업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이 만드는 철강 원자재에는 정책 효과가 미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중국의 덤핑 공세에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 등에 공급하는 맨홀 뚜껑, 원형 모양으로 생긴 척 등 주물 제품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당 1600원 정도 된다. 주물은 철 등의 재료를 가열해 액체로 만들어 거푸집에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만드는 제품을 일컫는다. 중국산은 대략 ㎏당 약 600원 정도 된다. 중국산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쇠로 만든 줄인 철선과 금속으로 만드는 형틀인 금형 제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철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상엽 삼창선재 대표는 “중국산은 ㎏당 700원 초반대에 국내에 들어온다”며 “톤당 가격으로 따지면 국산에 비해 15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1만~2만 원 차이면 어떻게 싸움이라도 해볼 수 있겠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700원 초반대 중국산 철선 완제품 가격은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이 중소 업체에 공급하는 원자재 가격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국금형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인 신용문 원일특강 대표는 “제품의 종류가 많아 딱 잘라 얘기하기는 힘든데 중국산이 국산에 비해 25% 정도 싼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쌓은 ‘관세장벽’으로 현재도 열세인 국산 제품 가격경쟁력이 더 약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은 앞서 12일부터 자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미국향 수출길이 막히면 그 많은 물량이 다 어디로 가겠느냐”며 “미국이 한국에도 관세장벽을 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제품은 어디론가 팔려나갈 것이고 우리나라로도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부진 속 대기업이 원가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도 중소 철강 업계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공병호 경기주물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지자체 등 관공서에서 값싼 중국산을 쓰려고 하면 찾아가서 ‘왜 품질 검증도 안 된 제품을 쓰느냐’며 항의라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요즘은 대기업 담당자마저도 감리와 함께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찾는데, 미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금형 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 등 전부 다 마음 같으면 중국제를 쓰고 싶을 것”이라며 “우리가 계속 그러면 안 된다고 하니 참고 있거나 조용히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소 철강 업계가 무너질 경우 국내 제조업 근간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에 2만 2000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금형으로 안 찍은 부품이 있으면 자동차를 하나 사주겠다”며 “2개 이상 같은 모양으로 만들려면 금형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자동차·TV·냉장고 등 완제품 수출에 금형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방을 잠식해 들어오는 중국산을 이길 방도가 없다 보니 일부 업체는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국내로 들여와 국산 라벨을 붙여 불법으로 팔고 있다”며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트럼프가 때린 중국 철강 제품이 국내로 쏟아지면 ‘줄폐업’은 시간문제”라고 푸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