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의 탈춤’ 이후 2년만 성과
식품업계 수출 확대 및 영토 확장 기대
샘표·대상·제일제당 현지화 ‘속도’
한국의 ‘장(醬) 담그기 문화’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화색이 돌고 있다. 그간 가공식품 위주로 알려졌던 K-푸드의 이미지를 전통 발효식품으로 확장해 한국 식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12월3일(현지시각)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장 담그기 문화'가 한국의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지난 2022년 '한국의 탈춤' 이후 약 2년 만에 등재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이다.
‘장 담그기’는 콩을 사용해 만든 식품인 장(醬) 그 자체의 효능을 넘어, 재료를 직접 준비해서 장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장 담그기는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로써 가치가 크다.
하지만 그간 국내 전통 장류 시장은 하락세를 걸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소비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다양한 소스와 양념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가정간편식의 종류가 다양화 되면서 가정에서 장을 사용해 요리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2011년 간장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된 데 이어,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두부 제조업과 장류(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제조업 등 5개 업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고,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이었다.
업게는 이번 유네스코 등재가 한국 음식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년 동안 지켜온 우리 전통 장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되는 한편, 수출 등 해외 영토 확장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K-푸드는 라면·만두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라면과 김 등은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K-푸드를 친숙하게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올해부터 전통 장류가 본격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식품업계는 장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케팅 활동, 해외 진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위축된 장류시장 활성화를 위해 편의성을 높인 한식양념소스 개발, 용도 및 용량 다변화, 고추장 원료 교체, 발효간장 리뉴얼 등으로 활로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별로 특징적인 상품을 개발해 수출하거나 현지인 식습관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동반하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세계 전역에 ‘K푸드’ 인기도 치솟고 있어서다. 이를 기회 삼아 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샘표는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연두, 유기농 고추장, 완두간장 등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장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고추장 매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해외서 연평균 25% 성장 중이다.
지역별 현지화에도 힘쓰고 있다. 유럽에선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가 설립한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Alicia)’와 장류 활용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와 현지 식재료 등을 활용한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국가별 다양성 등을 고려해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상은 ‘순창’과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필두로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한 소스를 포함해 500여 종의 소스를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번 등재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한 소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상은 김치, 김, 간편식에 이어 소스를 4대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선정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식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과 취향, 식문화를 고려한 제품을 출시해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은 한식 장류와 고기양념장을 ‘비비고’ 브랜드로 해외 약 60개국에 판매 중이다. 고추장, 된장, 쌈장부터 불고기 소스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해외 매출은 작년보다 10% 증가해,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기점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K소스류의 ‘현지화’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고추장의 경우, 외국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매운맛 강도를 조절했다. 디핑 소스나 드리즐에 익숙한 미국 식문화를 반영해 튜브형 고추장, K바비큐 드리즐 등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해외에서 우리 전통 장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며 “향후에도 우리 전통 장에 대한 고귀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 전통 장류에 대한 위상을 더욱 높이는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