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
건축 기간 짧고 수리 쉬워
일부 주에선 세금부담 적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 “수천 채의 멋진 집들이 불타고 있고 더 많은 집들이 사라질 것이다. 죽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CNN에 따르면 실제로 LA 팰리세이즈에서 5316개의 건축물이, 이튼 지역에선 5000개의 건축물이 화마에 쓰러졌다.
불탄 건축물 대부분은 목조 주택이다. 미국에선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화재에 취약한 목조 주택에 대한 미국인의 선호는 여전하다. 산불 외에도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거대 재난이 매년 발생하는 미국에서 왜 사람들은 목조로 집을 짓는 걸까.
미국의 외교 리더 양성 기관인 베스트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미국의 목조 주택 역사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인들이 초기 미국에 정착했을 당시엔 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어야 했고, 주변엔 목재가 풍부했기 때문에 목조 주택이 주요한 건축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금도 이러한 건축 전통은 이어지고 있는데, 광대한 산림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선 목재가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콘크리트나 벽돌을 쓰는 것보다 적고, 유지 비용도 낮다. 건축 기간이 짧고, 수리와 리모델링이 쉬운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 주에선 목조 주택이 다른 건축 자재로 지은 집보다 세금 부담이 적기도 하다. ‘셀프’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목조는 건축주가 직접 집을 짓는 데도 유리하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선 속수무책이지만 웬만한 지진이나 힘이 약한 토네이도 등엔 오히려 더 잘 견디고 수리가 쉽다는 인식도 있다. 습기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목재 특성상 실내 공기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단 장점도 있다.
다만 이런 장점에도 이번 LA 산불에서 확인된 것처럼 화재에 취약한 것은 목조 주택의 빠질 수 없는 단점이다. 일각에선 늘어나는 화재에 대응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 목조 주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변화는 미미하다. 미국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에서 새로지어진 주택 중 목조를 뼈대로 한 주택 비중은 93%를 차지한다.
타임지는 미국의 주택 보험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보험사가 목재가 아닌 철강이나 콘크리트로 집은 집에 대해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보험금을 받으려면 빠르게 주택을 재건축해야 하기 때문에 목조 주택이 선호된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화재의 위협 외에도 목조 주택에 살며 매일 해충과의 싸움을 벌인다. 그런 까닭에 미국의 쇼핑센터에 가면 각종 해충 퇴치제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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