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25시] 용산 '난파선' 탈출하는 정부부처 과장들

2025-02-11

용산 대통령실 파견직원들 '울상'

A부처, 과장→국장 승진 후 파견

"이전 정부 '블랙리스트' 없어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연초 기획재정부 등 굵직한 부처를 중심으로 정기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대통령 권한체제로 들어서면서 장·차관 등 정무직 인사는 어렵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중단된 국·과장 등 실무직 인사는 빠르게 처리한다는 방침이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로 공직사회 동맥경화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이 있지만, 소외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용산 대통령실로 파견된 직원들입니다. 대통령실은 통상 각 부처에서 파견 인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통령실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기능이 멈춰선데다, 차기 정권이 야당에서 창출되면 '순장조'가 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기인사 과정에서 '물밑 교통정리'가 진행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대통령실 파견 직원이 본부로 돌아가고 싶어 인사과장에게 수시로 연락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교육이나 해외 파견을 마치고 대기하는 이들도 하루빨리 본부로 배치해달라며 아우성입니다.

정부부처 A 과장은 "정권 말에는 누구나 '순장조'가 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인사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상황이 심각했다"며 "차기 정권이 여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더욱 잘 아는 정부부처 과장들은 대통령실 순환보직이 다가올수록 몸을 사리는 분위깁니다. 한 정부부처에서는 과장급 파견 지원자가 전무하자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켜 대통령실에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정부부처 K사무관은 "대통령실 과장급 파견 인력을 찾지 못해 발령 대상을 서기관까지 낮춰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 인사가 정치보복이 되는 일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인 1급 실장들의 낯빛은 더욱 어둡습니다. 통상 1급은 정무직인 차관으로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차기 차관을 꿈꿨던 이들에게는 현재 상황이 암울하게만 다가옵니다.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에 색칠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관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보직을 맡았던 공무원들을 겨냥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한 정부부처 B과장은 "공무원 중에서도 에이스만 뽑혀 가는 곳이 대통령실"이라며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한직으로 물러나는 건 부당하다"고 토로합니다.

공직사회는 낮은 처우와 열악한 복지로 인해 저연차(MZ) 사무관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연차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해도 정치적 입김에 따라 일평생 일군 공이 날아가는 걸 경험합니다. 위기에 빠진 공직사회를 건지기 위해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면 안 됩니다. 차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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