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문서를 받거나 구두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윤석열로부터 문서나 지시를 받지 않았고, 다만 그런 내용이 담긴 쪽지를 봤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작성자·지시자도 없이 그냥 하늘에서 쪽지가 떨어졌다는 말인가.
이 전 장관은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허 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37분쯤 소방청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하던 중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 말대로라면 허 청장이 헛것에 씌었거나, 과거 전두환 세력도 시도하지 않은 언론 탄압을 자발적으로 기획한 셈이다.
이 전 장관은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오리발 내미는 것까지 윤석열을 따라 하는가.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하자가 없었다는 윤석열 주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당시 국무회의가 “실질이 있었다”며 경찰에서 한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무조건 내지르고 보자는 심산이다. 법꾸라지 대통령에 버금가는 법꾸라지 장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 이날 헌재 변론에서도 국회 질서를 유지하러 간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폭행당했고, 국무회의 문서는 사후에 국무위원 부서를 받으면 된다는 등 당치도 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헌재 절차엔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탄핵심판에 활용하는 문제는 재판관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러 기관이 중구난방으로 조사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며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부정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해놓고는, 물증 한 건 내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반복했다. 윤석열 측 신청으로 헌재에 나온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조차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헌재 심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내란 세력들의 막가파식 행태가 줄을 잇고 있다. 더 이상 윤석열 일당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헌재는 엄정하고 신속한 심판 진행과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란 수괴를 하루라도 빨리 파면해야 한다. 거짓 증언과 궤변으로 시민과 헌재를 능멸한 이 전 장관은 지금이라도 구속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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