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32강전〉 ○ 왕싱하오 9단 ● 신진서 9단
장면⑦=상변 흑진이 덧없이 허물어졌다. 흑은 실리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두터움이 있기에 AI의 계산은 미세하다고 나온다(흑 1집 불리). 다만 이 수치는 백을 잘 공략하여 전과를 얻어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신진서 9단은 흑▲로 젖혀 두 개의 대마를 가르더니 6, 8로 공격을 개시했다. 이제 승부는 대마 타개에 달렸다.
◆AI의 타개=잘 알려진 바와 같이 AI는 타개의 천재다. 계산도 놀랍고 모든 분야를 두루 잘하지만 인간 고수들은 AI의 타개가 특히 부럽다. 이 장면에서도 AI는 백1로 먼저 꼬부린 뒤 3, 5로 두는 수법을 제시한다. A로 가른다면? 그건 백B의 역습이 있어 안 된다고 한다. 어렵다. 타개 부문에선 인간과 AI의 소통이 어려워진다. 수준 차가 너무 나기 때문일까.
◆실전 진행=실전에서 왕싱하오 9단도 만만찮은 타개 솜씨를 보여준다. 바로 백1, 3으로 하나 던져놓고 5로 두는 수. 백5는 장대높이뛰기처럼 멀지만, A로 가르기는 힘들다. 신진서는 흑6으로 지켰고 백은 7로 연결했다. 신진서는 흑8로 큰 곳을 두며 잠시 숨을 돌린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