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특허로 본 에이프로젠의 M&A 자금 회수 구조
M&A 투입 금액 900억…회사 유입금은 '전무'
구주 매입 410억 중 310억은 특허권 거래로 회수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에이프로젠이 앱트뉴로사이언스(전 지오릿에너지)를 인수하면서 파킨슨병 치료제 특허를 매개로 한 자금 회수 구조가 드러났다.
교수 출신 경영자인 김재섭 에이프로젠 회장은 '기업 사냥꾼', '상장폐지 기업의 오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 제넥셀세인을 매각한 뒤 이듬해 회사가 상장폐지되는 전력이 있으며, 철강 플랜트나 게임 등 바이오와 무관한 기업들을 인수한 뒤 자금줄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도 원영식 전 초록뱀 그룹 회장의 121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열에너지 기업인 지오릿에너지를 인수해 35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는 등 논란이 되는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에이프로젠, '특허권 거래'로 M&A 자금 85% 회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앱트뉴로사이언스는 지난달 에이프로젠과 ‘파킨슨병 치료제 및 진단 연구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개발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특허는 앱트뉴로사이언스가 지난해 12월 지비피에스로부터 취득한 특허권이다.
앞서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11월 앱트뉴로사이언스의 지분 17.22%(약 2735만주)를 41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계약체결을 통해 에이프로젠은 앱트뉴로사이언스 M&A에 투입한 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핵심은 앱트뉴로사이언스가 에이프로젠과 체결한 '파킨슨병 치료제 및 진단 연구 개발' 공동연구개발계약이다. 앱트뉴로사이언스는 이 계약을 통해 에이프로젠에 350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에이프로젠이 앱트뉴로사이언스 인수에 사용한 자금 410억원의 85%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특이점은 특허권을 보유했던 지비피에스가 사실상 에이프로젠의 손자회사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비피에스 대표로는 에이프로젠파마 대표인 강종수씨가 있으며, 에이프로젠 자회사인 에이프로젠바이오직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지비피에스가 단순히 특허권 이전을 위한 '비히클'(이동 수단)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앱트뉴로사이언스가 보유한 파킨슨병 치료제 특허의 거래 과정에선 이같은 구조가 드러난다. 이 특허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출원했으며, 정종경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장 외 3인이 발명자로 등록되어 있다. 에이프로젠의 특수관계자인 지비피에스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 부터 이를 양수한 뒤 곧바로 앱트뉴로사이언스에 넘겼다.
앱트뉴로사이언스가 특허권 양수를 위해 지비피에스에 지금한 양수도 대금은 55억원이다. 이중 50억원은 지비피에서를 거쳐 곧바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지급됐고, 지비피에스는 이 과정에서 5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시장에선 에이프로젠이 지오릿에너지를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에이프로젠과 특허권 보유자였던 지비피에스가 특수관계자임에도 직접 특허권을 인수해 사업화하지 않고, 바이오사업과 무관한 열에너지 기업 지오릿에너지(앱트뉴로사이언스)를 인수해 공동개발에 나선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개발에 나서지 않은 이유와 관련한 <녹색경제신문>의 질의에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파키슨병 치료제 관련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앱트뉴로사이언스고 에이프로젠은 특허권이 없다”면서 "에이프로젠 입장에선 높은 기술가치를 가진 특허권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동계발연구 계약은 앱트뉴로사이언스와 체결한 별도의 계약으로 지비피에스와 에이프로젠의 관계에 대해 연결시키면 안된다”면서 “지비피에스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겠지만, 특허권 보유자인 지오릿에너지(앱트뉴로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관련 설비나 인력 등이 없어 에이프로젠과 공동연구를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350억원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M&A 당시부터 설계된 자금회수 그림
시장에선 에이프로젠이 M&A 당시부터 파킨슨병 특허를 통한 자금회수를 계획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평가는 앱트뉴로사이언스가 경영권 양수도 계약과 동시에 진행한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연관된다. 발행 대상인 엔피다즈의 사내이사로는 특허 개발자인 정종경 씨(지분 15% 보유)와 김재섭 회장의 개인회사 지베이스 대표인 강선주 씨가 등재돼 있다.
정 씨는 과거 제넥셀세인 등에서 김재섭 회장과 함께 활동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 회사를 매각했지만, 회사는 이듬해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제넥셀세인은 매각 후 상장폐지됐지만, 제넥셀세인의 자회사였던 에이프로젠 등은 김 회장이 인수한 슈넬생명과학(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 매각됐고, 이후 인수한 나라케이아이씨(현 에이프로젠)를 통해 우회상장했다.
한편 150억원 유증의 납입일은 오는 8월이다. 에이프로젠은 앱트뉴로사이언스를 인수하면서 우군인 엔피다즈를 포함해 640억원의 자금 투입 계획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납입된 자금은 전무하다. 에이프로젠은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를 통해 앱트뉴로사이언스에 49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납입 기한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로 아직 상당 기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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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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