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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제조업체 소룩스(290690)와 치매 치료제 개발 업체인 아리바이오 간 합병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피합병법인인 아리바이오가 1조 200억 원 규모로 진행한 기술이전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대매매 여파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합병 비율 재산정 등의 악재가 겹쳤고 정재준 소룩스 대표는 추가로 주식담보대출까지 체결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소룩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아리바이오가 1조 200억 원 규모로 중국 제약사와 진행한 기술이전에서 선급금 명목으로 받을 예정인 1200억 원의 계약금에 대해 수령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소룩스 측은 “(중국 제약사의) 가용 자금은 55억 원이므로 2차 계약금(200억 원) 지급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중국 제약사가 추가 자금 조달 후 지급할 예정이지만 해당 자금 조달에 대해 증빙서류를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점판매권 계약이 해지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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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과 관련해 계약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은 증권신고서를 7번째 정정하면서 추가됐다. 당초 소룩스 측은 “2023년 3월 23일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 AR1001을 중국 제약사에 기술이전했다”며 “계약금은 지급 시점이 오면 즉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금이 순조롭게 수령될 예정이라고 공시한 후 9개월 만인 7차 정정에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 비율을 재산정해야 하는 변수도 있다. 당시 소룩스 기준 가격은 1만 1262원인데 이날 주가는 2980원이다. 특히 소룩스가 흡수합병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출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정 대표는 이날 회사 주식 641만 주를 담보로 부동산 개발 업체인 코프리즘파트너스로부터 116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연 9%의 고금리다. 따라서 정 대표와 특수관계자 주식 중 86.13%가 담보로 잡히게 됐다. 앞서 정 대표는 이달 14일 105만 9772주(2.33%)를 매도했는데 200억 원의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코프리즘파트너스가 기존에 담보로 잡은 정 대표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소룩스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대주주의 담보계약대출에 따른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반대매매)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사업이나 아리바이오의 임상 문제가 아닌 수급상의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