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의 ‘유격수 실험’은 3년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023년 부임 첫해부터 김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격수를 발굴하려 애썼다. 그러나 김재호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할 때까지 확실한 대안을 찾는데 실패했다. 최근 3년 동안 두산 유격수 자리를 경험해본 선수만 10명에 달한다. 불과 47경기를 치른 올해 20일까지도 서로 다른 5명이 유격수 수비를 소화했다. 확실한 1명이 없다.
이 감독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선수는 박준영이다. 2023년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점찍었다. 시즌 중반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선발 유격수를 맡겼다.
그러나 박준영은 지난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2차례 장기 결장했다. 올해도 부상이 문제다. 20일 잠실 SSG전 선발 유격수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아예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경기 전 훈련 하다 허리를 다쳤다. 이 감독은 “지난주에도 허리가 조금 안 좋았다. 하루 이틀로 안 될 것 같아 엔트리를 바꿨다”고 했다.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나갔던 이유찬도 부상 중이다. 지난달 경기 중 상대 포수와 충돌해 팔꿈치 인대를 다쳤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명진(23)이 차세대 유격수로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오명진은 원래 2루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유격수로 나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박준영이 부상으로 빠진 20일에도 오명진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초부터 SSG 최정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막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로 맹활약했다
오명진은 스프링캠프부터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타격 재질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감독은 개막전에 오명진을 2루수로 선발 기용하며 기대치를 드러냈다. 시즌 첫 4경기 무안타로 출발했고 한동안 부진이 이어지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지만 복귀 후 방망이가 확연하게 매서워졌다. 지난달 11일 1군 엔트리 말소 당시 0.111이던 타율은 복귀 이후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며 20일 기준 0.274까지 올라왔다.
이번 시즌 두산의 핵심과제는 내야진 전면 재정비였다. 강승호를 3루수로 돌리고, 유격수 자리에서 확실한 새 얼굴을 찾는데 사활을 걸었다. 시즌 30%를 소화한 현재까지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강승호는 원래 자리인 2루로 돌아갔다. 유격수도 지난 2년처럼 확실한 주전 없이 계속해서 얼굴이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 두산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지만 인상적이지 못했던 전민재가 롯데 이적 후 주전 유격수를 꿰차더니 타율 0.387로 맹활약하고 있어 더 속이 쓰리다.
9위로 처져있는 두산이 다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유격수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오명진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