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정적인 선진 금융시장의 하나로 평가받는 캐나다에서 최근 핀테크 시장 성장세가 빨라 관심을 끌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약 200개에 불과했던 핀테크 업체 수가 2023년엔 900개 이상으로 늘었고, 모바일 결제도 2020~2023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빠른 성장세다. 특히 결제·송금, AI와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져서 올해 상반기엔 핀테크 투자가 78억달러(10.7조원), 투자 건수도 46건까지 급증했다. 막혀있던 캐나다의 벤처산업이 핀테크로 인해 뚫리고 있단 얘기가 나올 정도다.
캐나다 핀테크의 활성화 배경은 뭘까. 첫째, 대다수 국가가 그렇듯이, 결제 수단의 변화다. 캐나다는 1인당 소득이 5.4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임에도 불구, 2010년 전에는 현금 거래 비중이 총거래의 50~60%로 높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금융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이 비중이 2021년 22%, 2024년엔 10%까지 떨어졌고, 이를 간편·모바일 결제가 차지한 셈이 됐다.
둘째, 금융당국의 정책지원이다. 특히 2020년 금융 혁신을 위해 도입된 규제샌드박스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 사례로는 규제샌드박스 지정 이후 IPO에 성공한 뉴베이(Nuvei)와 대표적 핀테크 유니콘인 웰스심플(Wealthsimple) 등을 꼽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블록체인과 가상자산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규제샌드박스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전략혁신기금(SIF)과 산업연구지원 프로그램(IRAP)과 같은 자금 및 엑셀러레이터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셋째, 인공지능·블록체인 부문에서의 강한 기술 기반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는 세계 5위의 인공지능 강국이다. 딥러닝의 창시자인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뿐만 아니라 밀라(MILA), 이바도(IVADO) 등과 같은 세계적인 AI·블록체인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AI·블록체인 생태계 조성과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시스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시장 규모로 보면 결제·송금이 60% 이상으로 압도적이고, 다음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로보어드바이저, 디지털뱅크 등의 순이다. 우선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결제·송금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뉴베이의 대형 사모펀드 투자를 포함하여 64억 달러, 9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은행들과 핀테크 업체의 협력도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과 캐나다 왕립은행(RBC). 각기 글로벌 얼라이언스 핀테크 링크(Global Alliance Fintech Link)와 RBC Reach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핀테크 업체의 혁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뉴베이와 함께 캐나다 결제부문에서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평가받는 쇼피파이(Shopify), 전자상거래 통합플랫폼 기능도 제공하는 라이트스피드 커머스(Lightspeed Commerce)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도 활발하다.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4월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상장했다. 올해 상반기 투자 액수는 1억 1,000만 달러로 크지 않았지만, 투자 건수는 19건으로 작년 31건에 이어 핀테크 분야 중 최대다. 대표기업으론 캐나다 1,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크라켄(Kraken)과 비트겟 (Bitget)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도 밀레니얼 투자자와 MZ세대를 기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시장규모는 63.6억 달러(8.8조원). 전문가들은 향후 2030년까지 연평균 26.7%의 높은 성장을 예상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웰스심플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인공지능과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의 발달로 디지털뱅크 출현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코호(Koho)에 이어, 탠저린(Tangerine), 론즈 캐나다(Loans Canada)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핀테크 업체 특히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체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