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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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과 졸업 후 이 대통령 만나...유학 포기하고 결혼 출마하겠단 남편에게 “도장 찍어라”...이후 묵묵히 내조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의 이름은 김혜경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를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1990년 8월 당시 변호사 사무실을 막 개업한 이 대통령은 당시 유행하던 ‘007 미팅’으로 김 여사를 만났다. 그날부터 이 대통령은 김 여사와 7개월간 교제한 끝에 이듬해 3월에 결혼했다.
김 여사는 1966년 9월12일 충북 충주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서울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85학번으로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김 여사는 “남편이 ‘바다 보러 갑시다’라고 말하며 자동차 핸들을 틀던 모습에 연애 감정이 싹텄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프로포즈 할 때 이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반지 대신 자신의 일기장을 건넸다.
일기장 안에는 이 대표가 살아오며 힘들었던 날들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 대신 공장에서 일했던 이야기, 아침 일찍 시장 청소를 도우라고 깨우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 등이었다.
신접 살림은 성남시에 있는 주공아파트에 차렸다. 신혼 때 첫아들을 임신했고, 낳자마자 둘째도 갖게 됐다.

이 대통령 가족의 삶이 대대적으로 바뀐 것은 2006년께다. 변호사 시절 시민운동을 했던 이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김 여사는 “이혼 도장부터 찍어라”라는 말까지 하며 출마를 말렸지만 이 대통령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김 여사는 남편의 정치 행보를 도왔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대중에게 호감을 쌓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가 시민에게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장난감 도서관’과 성남 청년들이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비를 지원하는 상해보험 제도는 아내가 제안한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던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경기지사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하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의 경쟁 상대이던 전해철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글을 게시한 트위터 계정이 김 여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여사는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지금까지도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비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이 대통령은 김 여사에 대한 미안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저 자신이 (검찰에) 당하는 것은 (정치를 택한) 제 선택이니까 견뎌내는데 죄 없는 자녀들, 특히 아내는 저를 믿고 아무것도 없이 저 때문에 이끌려 왔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김 여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져 지금까지 법정 싸움을 이어 가고 있기도 하다.
앞서 김 여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전 이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보복수사로 장기간 먼지털기 끝에 아내가 희생제물이 됐다”며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선 기간 중 김 여사는 대부분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전국 사찰을 비롯해 광주 오월어머니집, 목포 세월호 선체, 소록도 등을 조용히 방문하며 ‘숨은 내조’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는 실제로 만나보면 활달하고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분”이라며 “다만 이전 대통령 부인들의 공개적 행보가 논란을 빚었던 점을 고려할 때, 대선 후에도 조용한 내조 기조를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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