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광우병 촛불’이 번지자 이명박 정부는 크게 휘청거렸다. 후폭풍 속에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라는 직책이 신설됐다. 인터넷이 여론의 심장부로 올라서던 시기, 정부가 뒤늦게나마 ‘인터넷 민심’ 관리에 나선 것이다. 뒤이어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는 이 조직을 과감히 없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정부는 온라인 유언비어 대응을 명분으로 뉴미디어비서관을 재가동했다. 이후 청와대 내 온라인 관리 조직은 ‘디지털 소통’으로 이름이 바뀌고 소속도 시민사회수석실→홍보수석실→대통령비서실로 변경되는 등 정권 교체 때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그런 디지털 소통 조직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남국 전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의 인사 청탁 논란 때문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부터 특정 인물의 인사 추천을 받은 김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을 ‘훈식이 형(강훈식 비서실장)’ ‘현지 누나(김현지 부속실장)’라 부르며 “부탁해보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들통났다.
‘인사 전횡’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자 김 비서관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인 4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수리했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과거 ‘코인 투자’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그럼에도 40대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 대통령 신임 등을 이유로 1급 비서관에 발탁됐다. 기존처럼 플랫폼 업계나 언론계 출신이 맡던 자리에 정치인이 들어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은 말 그대로 국민 목소리를 듣고 정책 소통의 속도를 높이라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 직책이 ‘소통’이 아닌 ‘청탁’을 위해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했다. 특히 권력 실세들을 ‘형’ ‘누나’라고 부르며 인사 개입을 시도하려 한 대목은 박근혜 정부 시절을 뒤흔든 ‘문고리 권력’의 그림자까지 어른거리게 한다. 국민 소통을 위해 만든 자리가 정권 초반부터 여권 인사들끼리 이권을 주고받는 통로가 된다면 그 권력의 끝은 해피 엔딩일 수 없다. 대통령실 조직은 언제나 국민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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