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에너지 분야에 대한 민간 기업의 920억 달러(약 128조 원)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계속해서 중국을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카네기멜런대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 에너지·혁신 서밋’에 참석해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주 역사상 가장 큰 투자 패키지를 발표하기 위해 왔다”며 “오늘 20개 주요 기술·에너지 기업들이 펜실베이니아주에 92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신규 프로젝트에 360억 달러 이상,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신규 에너지 인프라에 56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와 천연가스발전소에 250억 달러, 구글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신규 데이터센터 및 원자력·천연가스발전소 지원에 최소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기업 퍼스트에너지는 전력망 확충·개선을 위해 150억 달러,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웨이브는 AI 특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한다.
‘러스트벨트 재건 상징 극대화’ 분석
피츠버그는 ‘철강의 도시’로 불렸을 만큼 미 철강산업의 중심지였지만 1970~80년대 철강산업 후퇴와 함께 경제 쇠퇴를 겪으면서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도시가 됐다. 이후 로봇공학, 바이오, AI 등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AI·에너지 혁신 도시로 거듭나려 하는 중이다.
피츠버그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해 92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 계획을 소개한 것은 러스트벨트 재건의 정치적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해 11월 대선을 비롯해 전국 단위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승부처다. 미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에너지 생산지이기도 하다.
그런 펜실베이니아주에 AI·에너지 분야의 막대한 투자 계획을 공개해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러스트벨트 유권자 표심을 붙들어 두려 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지금 가장 뜨거운 국가이고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의 공약은 미래가 펜실베이니아와 바로 이곳 피츠버그에서 설계되고 건설되며 만들어질 것임을 확신케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과 웃고 지내지만…중국 뒤처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계속해서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운명은 모든 산업을 지배하고 모든 기술에서 1위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거기에는 AI 분야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 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만 우리(미국)는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누군가는 우리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라 말하지만 우리는 따라잡는 게 아니라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말을 기억해 두라. 중국은 매우 매우 뒤쳐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AI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해 왔다. 1월 23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미국을 ‘AI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고, 같은 날 미국의 AI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정부 규제 완화 및 구체적 실행계획 수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오는 23일 한 AI 관련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미국이 AI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