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희 전 의원 별세…“제 3자 개입금지 위반 구속 자부”

2025-09-11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참여정부 노동정책 밑그림을 그린 이목희 전 의원이 11일 오후 5시28분께 서울 구로구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2세.

고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77~1979년 국제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한편, 1978년 전국섬유노동조합 기획전문위원이 된 것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8~1996년 한국노동연구소장, 1988년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 지도위원을 역임했다.

고인은 1981년 봉제기업이었던 서통의 노동조합원이 아닌데도 노조 기관지인 '상록수' 초안을 만들었다가 제3자 개입금지로 구속, 징역 1년 실형 선고를 받았다. 제3자 개입금지는 전두환 정권시 1980년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면서 신설한 조항으로, 직접 회사와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나 노조를 제외하고는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이다.

제3자 개입금지를 위반해 구속된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고인은 당시 수사기관에 영장도 없이 강제 연행돼 불법 체포·감금돼 14일간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001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됐고, 2021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조 탄압의 대표적 근거 조항으로 악용됐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2006년 12월 31일 폐지됐다.

고인은 1994년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정책위원장과 새정치국민회의 노동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김대중 총재 특보를 거쳐 1998~2000년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의 노동 특보에 이어 2003년 대통령 노동개혁 태스크포스 자문위원을 맡아 참여정부 노동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고인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뒤 제5정책조정위원장과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장,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았다.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관리위원회 집행위원장, 당 쇄신위원 등을 거쳐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고인은 2013년 민주당 원내전략단장,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정치인으로선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로 분류됐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 현안에서 강경 목소리를 주도했다. 2018~2020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이 마지막 공직이었다. 저서로 ‘한국노동운동의 대중적 기초와 진로’가 있다.

아들 이규정 씨는 “예전에 노동자들과 식사하러 가서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시켜줬더니 노동자들이 짜장면에 배가 불러 탕수육을 못 먹는 모습이 그렇게도 안타깝더라는 말을 종종 하셨다”며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걸 도우려다 제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구속된 걸 자부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윤정숙(전 녹색연합 상임대표) 씨와 아들 이규정 씨 등이다. 빈소는 12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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