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밝힌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대한민국 내각의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사노맹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했다.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았던 통혁당 출신인 반국가사범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 받들고, 당 대표 시절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라는 당명을 주고 가신”분으로 추모하였으며, 그의 필체로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원훈석을 바꿨다. 대한민국을 통혁당에 종속시켰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것을 매우 해괴한 일로 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대한민국이 아슬아슬해졌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제도가 공산주의를 허용할 정도로 자유롭고 견고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침식되고 침식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런 기조는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에서 더욱 굳어지는 중이다. 작금의 검찰개혁, 언론개혁도 사회주의 독재 국가의 검찰이나 언론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의 꿈은 이제 8부 능선을 넘는 중이다.
민주화 이름 속 사회주의 기류 확산
자유의 기반은 침식, 균열은 짙어져
지리멸렬 자유주의 세력에도 책임
우중의 집단의식 추종은 위험천만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사회주의)와의 대결로 선 나라다. 건국-산업화의 시기까지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꿈을 가진 세력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며 비주류로 밀어냈다. 그러나 민주화 시기에 다양성과 자유로운 기풍이 강해진 분위기 속에서 통일, 민주, 복지 등의 어젠다를 선점한 사회주의 세력이 확대되고 점점 주류로 자리를 잡아갔다. 건국-산업화 세력은 꼰대의 이미지를 벗는 데 실패했고, 민주화 세력은 청춘의 이미지를 장착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 민주화 세력은 주체사상을 중심 강령으로 쓰면서, 국가보다는 민족, 미국보다는 중국, 남한보다는 북한,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에 정통성을 두거나 더 기울어갔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세력은 민주의 감수성을 높이고, 민주를 심화하는 본분을 버린 채, 오히려 전체주의 지향을 가진 권력으로 성장했다.
세상 어느 것도 저 아닌 다른 것을 멸망시킬 수 없다. 세상 어느 것도 저 아닌 다른 것에 의해 멸망할 수 없다. 모두 스스로 망하고, 스스로 선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태로워진 것도 자유민주주의 중심 세력의 자멸에 기인한다.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지리멸렬해지고 지리멸렬해지다가 자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람이라는 책임감이나 사명감 등이 사라지거나 약해지는 지경까지 왔다. 개인의 부귀영화만 도모했지, 공동체의 존망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러다가 매력이나 실력을 쌓는 데 실패했다. 이 퇴락의 정점에 윤석열이 있다.
국가는 정치와 교육이라는 두 톱니바퀴로 돌아간다. 사회주의의 꿈을 가진 세력은 핍박받으면서도, 없는 살림이나마 야학과 대안학교 등을 운영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교육에 투자했다. 그들의 이런 헌신은 매력으로 쌓였다.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제도를 장악하고 있었고 살림도 넉넉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를 양성하는 교육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다. 그 중요성을 알 정도로 사명감을 가지지도 않았고 지적이지도 못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교육의 수장으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을 모시게 되는 지경까지 왔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을 반대하고 북한에 동조해야 세련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정도로 말의 질서가 무너져버렸다. 이런 지경이라면, 설령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 하더라도, 표절이나 음주운전 정도는 얼마나 사소하게 보이겠는가. “교육이 국가다.” 교육을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BTS나 K컬처가 세계를 휩쓸고 1인당 국민 소득이 2년 연속 일본을 앞지른 지금, 철 지난 체제 얘기를 꺼내는 나를 얼마나 구닥다리로 볼지를 나는 잘 안다. 한 김에 더 심한 구닥다리 얘기를 해보자. 아테네는 인류 문명사에서 예술, 철학, 건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았고, 일찍이 그 토대 위에서 번영한 그리스 최강의 도시국가였다. 그런 나라가 스파르타에 무너졌다. 아테네 대중들은 소크라테스를 죽일 정도로 말의 질서를 잃은 우중(愚衆)으로 전락한 데다가, 민주정을 하는 아테네에 스파르타의 과두정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었다. 과두정의 스파르타에는 아테네의 민주정을 추종하는 세력이 없었다. 체제 반대 세력을 어찌하지 못하다가 아테네도 스스로 무너졌다.
우중(愚衆)은 집단의식을 추종하느라 자신도 소외시키고 자신의 ‘생활’도 소외시킨다. 사회주의 경향으로 가면 생활에서 자유가 사라지고, 통제가 강화되고, 가난해지고, 두려워진다. 그러나 우중은 그런 것을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맹목적이다. 그러나 생활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이다.
최진석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