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개발' 맞붙었다… 김민석vs오세훈 지방선거 전초전

2025-11-10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 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 총리는 10일 서울시의 세운 4구역 재개발에 대해 “K-문화, K-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서 자칫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인 만큼,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개입을 공식화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를 방문해 “이곳에 직접 와서 보니까 종묘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더 깊이 느끼게 된다”며 “만약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의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이라며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은 이어 “(서울시 계획은)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종묘 일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건물 높이 변경을 골자로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돼 있던 건물 최고 높이를 ‘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두 배 가까이 올렸다.

여기에 지난 6일 대법원이 서울시의회가 2년 전 제정한 문화재 관련 ‘규제 완화’ 조례에 대한 행정소송(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서울시의 손을 들면서 세운상가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게됐다. 그러자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종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과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오 시장도 같은 날 세운상가 옥상에서 “서울시의 세운 재개발 사업은 종묘의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총리와 오 시장의 정면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총리는 지난달 서울 구로구 새벽 인력시장에서 “서울시의 내년 (새벽 일자리 쉼터) 예산이 다 삭감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장인홍 구로구청장의 보고를 받고, “왜 그렇게 어리석게들 하나”라고 질책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실적이 우수한 자치구에 보다 많은 혜택이 가도록 사업구조 개선안을 마련 중이며, 내년에도 새벽 일자리 쉼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충돌을 두고 정치권에선 “2026년 지방선거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찬반을 수도권 지방선거 화두로 내걸려 하는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의 3선 연임을 저지하려는 여권이 ‘세운 4구역’을 고리로 맞붙었다는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천준호 의원을 단장으로 지명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종묘 앞 초고층 빌딩 허용은 개발을 빙자한 역사 파괴이자 서울의 품격을 무너뜨리는 일”(전현희), “민주당은 서울을 망치는 오 시장을 내년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황명선)며 오 시장을 잇달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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