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를 위한 특별기획 ⑧ 치과 진료,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2025-03-25

특별기획 시리즈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와 덴탈아리랑 공동기획 ⑧

치과 진료,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김인수 라임나무치과병원 원장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와 덴탈아리랑은 2025년 개원가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 기획을 진행합니다.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와 덴탈아리랑 공동으로 기획하는 이번 기획은 치과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상생할 수 있는 개원가의 경영환경을 위한 대안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Contents

1. ESG 경영과 치과 진료의 사회적 기여

2-1. 내 맘같지 않은 직원들 어떻게 해야하나?

2-2. 출근이 신나는 직장을 만드는 방법

2-3. 직원들이 함께 하고 싶은 원장

3. 환자에게 선택받는 치과, 브랜딩이 답입니다

4. 치과의 성과를 창출하는 경영시스템

5. 디지털 시대의 치과위생사 업무 재정립과 법적 보호의 필요성

6. 치과 의료의 미래: 인공지능을 통한 혁신적 패러다임 전환

7-1. 치과의료정책, 현실과 이상 사이

7-2. 디지털 의료와 K-Medical, 치과의료정책의 미래

8. 치과 진료,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 사람들은 흔히 “가수는 박수를 먹고 산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 청중의 박수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가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는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 가수들이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힘을 얻는 것처럼 치과의사도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감사와 만족이 없다면, 치과 치료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한 환자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진료를 너무 못하셔서 큰일이에요. 덕분에 제 이가 하나도 안 아파요!”

그 말에 나는 장난스럽게 장단을 맞추며 대답했다.

“제가 잘해서 아프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그러자 환자가 더욱 크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이 병원은 원장님이 문제예요. 원장님이 진료할 때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사람을 자꾸 행복하게 만들잖아요. 정말 문제라니까요!”

그 순간, 우리는 함께 웃었고, 옆을 지나던 또 다른 환자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장님, 저도 그래요. 원장님이 계셔서 참 감사해요!”

환자와의 유쾌한 소통과 신뢰는 치과의사로서의 자긍심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치과의사가 환자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한 의학적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윤리적 태도와 따뜻한 시선이 더해질 때, 진료는 더욱 환자 중심적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까? 현대 치과 진료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진료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한 치유의 과정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사람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크면 그 크기만큼 다리를 자르거나 머리를 잘랐다. 반대로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억지로 늘려 침대에 맞췄다. 결국 그의 침대에 누운 사람들은 모두 맞춰지는 과정에서 희생되었다. 이 신화는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할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현대 치과 진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대학병원, 중형병원, 개인병원마다 각자의 운영 방식과 기준이 존재하며,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따른 치료가 무조건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은 치료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의 구강 상태, 경제적 사정, 심리적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치료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개별 환자의 필요를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크기 이상의 우식증은 반드시 인레이나 크라운 치료를 해야 한다’는 표준화된 지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객관적으로 최선이라 여겨지는 치료법이라 해도, 비용이 부담되는 환자나 최소한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의 상황은 고려되지 못할 수 있다. 이렇게 치과 진료가 단순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될 때, 환자의 삶의 맥락은 무시되기 쉽다.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맞춤형 진료가 이루어지려면, 치과의사는 단순히 의학적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환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길러야 한다. 치과 진료는 단순히 구강 건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같은 진료라 해도 환자의 삶과 맥락을 이해하는 치과의사의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환자에게 부분 틀니나 대체 치료 방법을 함께 안내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혹은 복잡한 치료를 단계적으로 나누어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같은 표준화된 치료를 따르더라도, 그것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욱 환자 친화적인 진료가 될 수 있다.

치과의사는 단순한 구강 건강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는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반자여야 한다. 기술 발전이 이루어 낸 표준화된 치료 프로세스는 치과 진료의 큰 혁신이지만, 그 속에서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와 삶의 맥락이 희생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기술적인 치료 그 이상이다.

진료실에서 우리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제공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태도다.

치과 진료가 단순한 의학적 치료를 넘어,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과 결합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그 치유는 단순한 치료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치과의사가 머무는 인문학적 시선에서 비롯된다. 환자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아픔을 이해하며, 공감 속에서 치료할 때 비로소 완전한 치유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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