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냐, 배민이냐... 갈림길에 선 '드론 비즈니스 모델' [게임체인저 드론 대해부④]

2025-02-11

디지털포스트(PC사랑)-시장경제 2025년 연중 공동기획

2월호 커버스토리 : 현대전 게임체인저 드론 대해부

하늘길 둘러싼 배송 전쟁, 누가 승자가 될까

배송부터 의약품까지, 드론이 바꾸는 일상

규제와 수익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드론 비즈니스

산간지역과 도시의 경계를 허문다, 드론 배송의 미래

배송 넘어 영상까지, 드론 비즈니스의 히든카드

[디지털포스트(PC사랑)=정규호 기자] 하늘길은 파일럿 등 매우 소수에게 허락된 공간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허락된 데로만 ‘하늘길’을 다녔다. 그런데, ‘드론’이라는 기계가 나오면서 보편적인 인간들에게도 허락된 공간으로‘하늘길’을 둘러싼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기를 개발할 때와 드론 산업이 확산되는 오늘날의 모습은 개발 환경만 다를 뿐, ‘하늘길’ 개척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다르지 않다. 이번 PC사랑에선 ‘소비자’와 ‘드론’이 연결되는 ‘드론 비즈니스 모델’, ‘드론 상용화’를 분석해 봤다. 과연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먼저 블루오션 시장의 깃발을 거머쥘지 주목된다.

‘드론’을 통해 오늘날 우리 인류는 ‘라이트 형제’보다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드론’은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아 군사, 보건, 산업, 유통, 건설,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봤듯이 ‘하늘길’에서 참호 속에 숨어 있는 러시아군을 찾아내고, 폭탄을 떨어뜨려 거대한 탱크를 폭파하기도 한다. 높은 건물을 스캔하고, 멀리서 멋지고 예쁜 도시 전경을 영상으로 담아내기도 합니다. 또, 비행기에 새가 부딪쳐 위험에 빠지는 조류 충돌(bird strike) 사고를 예방하는 등 특수 임무를 맡기도 한다.

인간 생활에 이렇게나 유용한 드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걸음마’ 상태다. 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실증사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수익성 한계’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금까지 ‘드론’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은 ‘배송’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물건이나 사람을 운송하고 이용료를 지불받는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쿠팡맨’보다 비싸다는 것이 공통된 한계로 지목된다. 치킨 배송료로 5만~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어떠한 소비자도 전화번호를 누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만, 산간지역이나 섬과 같은 오지 배송은 ‘드론’이 더 유리하다. 하늘의 직선거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비즈니스 모델은 ‘쿠팡’이 아니라 ‘배민’이 더 어울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은 전통적으로 기업의 영역이지만 ‘드론’ 산업만큼은 중앙정부가 나서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하늘길’의 ‘규제’ 때문이다. ▲야간비행 금지 ▲육안 거리 밖 운항 금지 ▲고도 범위 150m 이상 금지 ▲도심 대부분 비행 금지 등등. 드론 사업자가 지켜야 할 규제는 무려 30여 건이나 된다. 기업이 이런 규제를 지키면서 사업을 하기란 당연히 많은 무리가 따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러한 규제를 관할 부처와 하나하나 협의해 가며 생필품‧음식 등의 배송을 지원하는 ‘2024년 K-드론 배송 상용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사업에는 14개 지자체와 16개 배송 사업자가 참여했다. 총 2993회를 배송했고, 전체 배송 거리는 1만635km로 집계됐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A씨는 억새 공원으로 유명한 울주군 간월재 산간지역에서 자장면을 배송시켰고, B씨는 성남시 탄천공원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드론으로 받았다. 국토부는 ‘볼로랜드’라는 기업을 최우수 드론 배송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기업은 국내 기술로 자체 제작한 드론으로 1000m 산간지역의 등산로와 캠핑장에 식료품을 배송해, 지역 상점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드론 배송 상용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시행령이 최근 개정되면서 항공사업법에 따른 초경량비행장치 사용사업을 등록하고, 운행에 필요한 일부 요건만 갖추면 드론 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드론 기업들의 치열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드론 배송이 ‘쿠팡맨’과 ‘배민’보다 비싸다는 한계성은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이번 ‘2024년 K-드론 배송 상용화’ 과정에서 일부 사업지의 드론 스펙, 배송 조건, 배송 가격 등이 공개됐는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부산형 항만 드론은 여섯 개의 날개가 달린 가로 1.6m, 세로 1.6m, 높이 0.65m 타원형으로 제작됐다. 제작비는 대당 3천만원이다. 소비자가 앱(NARAON)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로 배달을 요청하면 배송센터 2곳에서 물품을 탑재한 뒤 최고 시속 80㎞ 속도로 배송에 나선다. 현재 배송 물품 무게는 10㎏까지 가능하고, 영업시간은 11시부터 19시까지다. 기본 배송비는 선박 기준 10만원이었다. 배송금액은 상당 부분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됐다.

배송비의 적정성을 택배사에 한 번 물어봤다. A택배사 관계자는 “배송 물량이 많으면 배송비가 내려가겠지만 시간당 1~2건 배송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최저시급 1만30원과 기업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기본 배송비는 2만원 이상이 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론 의약 배송은 현재까지 개발되고 있는 드론 비즈니스 모델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드론 배송이 ‘비대면 진료’라는 새로운 의료 시장을 확실히 안착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의약품 무게는 가벼운 데다, 드론을 이용하면 오지‧섬‧산간지역에 사는 환자에게 효율적으로 약을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아픈 환자가 약국과 병원으로 가지 않고,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강점이다. 야간‧주말에 운영하는 약국이 매우 희소하다는 점에서 오지‧섬‧산간지역뿐 아니라 도심에 거주하는 환자들에게도 큰 기대감을 주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급이 필요한 시장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드론 의약 배송’이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약사업계는 처방된 약을 정확히 선별해야 한다는 점, 약의 특수성을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드론 배송을 반대하고 있다.

약사업계 한 관계자는 “약사회가 약 배송을 막는 이유는 ‘약의 안전성’ 때문인데, 정부는 편의성을 우위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배민이나 쿠팡 등은 플랫폼 사업자라면서 배송 물품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만큼, 약사를 배제한 드론 배송은 자칫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론으로 배송할 수 있는 것은 치킨과 피자, 의약품 같은 물품 외에 다른 것도 있다. 바로 ‘영상’이다. 드론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에게 물품을 배송하는 B2C 영역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영역에선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중에서 ‘영상 배송’은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등장해 수익을 내고 있어 드론 비즈니스 모델의 ‘히든카드’로 불린다.

‘메이사’라는 기업은 드론과 위성 영상을 활용해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측량 업무나 안전 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드론을 활용해 건설 현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시공 오차, 공정률 비교, 토공량을 산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의 위험구간, 현장의 입체성을 구현해 현장 관련 주체들이 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이사는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메이사는 드론으로 골프장도 관리한다. 드론과 3D 매핑 엔진을 통해 골프장 코스를 고해상도 디지털로 모델링해 코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이다. 경기도 여주의 프리미엄 회원제 골프장인 렉스필드CC, 충남 당진에 있는 플라밍고CC가 실제로 메이사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노후 터널 안전 점검을 도울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 20㎝ 오차 내로 터널 내부를 자유롭게 주행하면서 천정과 측면을 영상으로 점검하는 솔루션이다. 터널 점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천장’이다. 현재는 작업차량을 이용해 근로자가 위로 올라가 맨눈으로 점검하고 있다. 도로까지 점거하는 작업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와 운전자들의 안전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드론을 활용한 노후 터널 안전 점검은 블루오션으로 기대가 큰 비즈니스 모델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2892개의 터널이 있다. 이 중 30년 이상 된 노후 터널이 172개로 전체의 5.9%를 차지한다. 2033년에는 노후 터널이 740개로 늘어난다고 하니 드론의 활약상, 드론의 수익성이 더욱 기대된다.

이 외에도 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는 드론으로 건축물 외벽을 촬영해 하자를 판별하고, 중흥건설은 중・고층부 분양자들을 위해 세대 내에서 보이는 경치(View)를 드론으로 촬영해 제공하고 있다. 계룡건설은 아예 ‘드론’을 신입사원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디지털포스트(PC사랑)’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