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동량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 '손익분기점'에 미달
예상 물동량 컨테이너 3435개(32.7%)...연간 40억원 비용 지불
김황국 의원 "도민 이익 반감...열정은 앞섰지만 준비 부족"

다음 달 29일부터 제주항~중국 칭다오항에 7500톤급 화물선이 정기 취항하지만 적자 운항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산둥선사)과 연간 52항차 운항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에서 수출입 화물 물량이 부족해 ‘빈 배’로 다닐 경우 연간 최대 72억원의 손실비용을 도가 보전해 주기로 했다.
손실비용은 산둥선사의 배가 취항하면서 발생하는 용선료(선박 임대료·급여·보험료)와 연료비, 도선료, 관리비 등이다. 다만, 수출입 화물이 많으면 화주가 운송비를 지급해 손실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도는 지난해 말 협약 당시 수출입 물동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중 관세 전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물동량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중국 직항로의 수출입 물동량의 손익분기점은 연간 1만500개의 컨테이너(단위 TEU)를 운송해야 한다.
그런데 내달 취항을 할 경우 예상 물동량은 컨테이너 3435개(32.7%)에 불과해 손익분기점에서 무려 67.3%(7065개)나 부족한 실정이다. 이 경우 산둥선사에 지급해야 할 연간 손실보전 비용은 4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항로 개설 시 연간 수출품은 용암해수 3124개, 수산물 61개, 소주·가공식품 등 66개 컨테이너 분량이다.
수입품은 삼다수 페트병 원료인 페트칩 142개, 양식용 생사료 35개, 건축자재 7개 컨테이너 분량이다.
수출입 물동량 3435개 컨테이너 가운데 91%가 오리온이 생산하는 용암해수가 차지하는 셈이다.
당초 물동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던 제주삼다수와 냉동 수산물(고등어·달고기) 수출과 건설자재 수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최악의 경우 연간 52항차 중 ‘빈 배’ 운항이 우려되고 있다.
물동량 부족과 적자 운항을 제기해 온 김황국 제주도의회 의원(국민의힘·용담1·2동)은 “교역이 확대되면 칭다오 항로 개설은 긍정적이지만, 물류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측 선사는 손실보전 비용만 요구하면서 도민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올지 의문”이라며 “열정은 앞섰지만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는 대내외적인 변수를 감안해 향후 1년간 41억원의 손실보전 비용을 편성한 가운데, 물동량 비중이 높은 삼다수와 용암해수, 고철류 등의 수출을 확대하고, 테무·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물품과 건축자재 수입량이 꾸준히 증가하면 3년 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현재 제주기점 중국 수출입 물류의 100%는 부산·군산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다롄항으로 운송되고 있지만, 제주항~칭다항 정기 항로가 개설되면 물동량이 꾸준히 늘 것으로 기대했다.
도 관계자는 “직항 개설 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제주산 화장품, 주류, 수산물 수출이 늘고,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도내 호텔과 식당 등에서 소비하는 생필품과 식재료 수입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68년 무역항으로 지정된 제주항에서 국제 컨테이너 화물선이 정기 운항한 것은 57년 만에 처음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조성된 제주항은 2027년 개항 100주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