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선수에게 부상은 숙명과도 같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 이유가 너무 허탈하다. 야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상 속에서도 부상의 악몽이 닥치곤 한다. 한편의 코미디와도 같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결코 웃을 수 없는 부상이 올해도 이어졌다. 스포츠종합매체 디애슬레틱이 올해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에게 닥친 황당 부상 사례들을 정리했다.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LA 다저스는 올해 유독 화장실과 악연이 깊었다. 만능선수 무키 베츠는 화장실을 가다가 발가락을 다쳤다. 한밤중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길을 찾다가 발가락을 벽에 부딪혔다.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 증세가 그리 심하지 않아 4경기 결장 후 복귀할 수 있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다저스 베테랑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시즌 극 초반 샤워를 하다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다. 부상 후 프리먼은 “아내가 ‘한 70살쯤 겪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35살에 이렇게 다칠 줄은 몰랐다’고 핀잔을 주더라”고 웃었다.
샤워 중 다친 선수가 프리먼 하나만은 아니다. 토론토 우완 불펜 이미 가르시아도 지난 7월 샤워를 하다 발목을 다쳤다. 토론토 홈구장 로저스센터 샤워실에서 욕조 안으로 들어가려다 미끄러졌다.
마이애미 신예 선발 라이언 웨더스는 올해 8차례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부상이 워낙 잦았다. 지난 6월 탬파베이전 부상이 가장 뼈아팠다. 경기 시작 전 연습 투구를 하다 다쳤다. 포수가 2루수를 향해 던진 공이 빗나갔다. 웨더스의 머리를 그대로 때렸다. 웨더스는 통증을 참고 경기를 시작했지만 3이닝 만에 겨드랑이 아래 광배근을 다쳤다. 웨더스는 그대로 부상자명단(IL)에 올라갔고, 3개월 뒤에나 복귀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신시내티 투수 잭 리텔은 놀이터에서 아들과 놀다 철제 미끄럼틀에 부딪혀 이마에 크게 멍이 났다. 필라델피아 좌완 맷 스트람은 시즌 개막 전 딸 장난감을 정리하다 다쳤다. 골판지 장난감 상자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톱 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몸이 재산인 야구 선수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조차 마냥 안심할 수가 없다.
기자도 디애슬레틱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탬파베이타임스 베테랑 기자 마크 톱킨은 스프링캠프 중 선발 투수 인터뷰를 하러 클럽하우스로 가는 길에 넘어져 무릎뼈가 부러졌다. 올해 63세인 톱킨은 그 와중에도 계획대로 인터뷰했다. 디애슬레틱은 “기자들은 전사다”라고 적었다.
가장 불운하고 황당한 부상은 마트에서 벌어졌다. 내야수 호세 미란다가 그 주인공이다. 미란다는 지난 4월 주루 플레이 실수로 트리플A로 내려갔다. 당연히 상심이 컸지만, 진짜 불행은 이제 시작이었다. 인근 마트에서 쇼핑하던 미란다는 생수 한 상자를 집어 들려다가 놓쳤다. 떨어지는 상자를 다시 받으려고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고 왼손 염좌 부상으로 이어졌다. IL에 오른 미란다는 한 달 뒤에나 복귀할 수 있었다. 복귀 후에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 타율 0.195에 그쳤다. 지난해 미네소타에서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0.284로 생애 최고 활약을 했던 미란다는 결국 방출 통보를 받았다. 웃고 넘기기에는 생수 한 상자 때문에 벌어진 황당 부상의 결말이 너무 가혹했다. 미란다는 최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