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그린란드 방문 때 환영 분위기는 ‘연출’···미국 내 이누이트 처우부터 개선하라”

2025-01-09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덴마크령 그린란드 방문한 당시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방문 때 그린란드가 미국에 편입되길 원한다는 지역 주민을 만나 하루를 보낸 바 있다.

그린란드의 피팔뤼크 링게 의원은 9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마치 그린란드인들이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상황이) 모두 연출됐다”고 비판했다.

링게 의원은 “(방문 당시) 어떤 언론인도 그(주민)와 인터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주니어 일행을 ‘전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주민들이 호기심을 보였으나 일부는 공항에서 그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채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페이스북에 ‘양키(yankee·미국인을 비하하는 단어)여 돌아가라’라고 적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 측은 방문 당일 일부 주민들에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가 적힌 모자를 나눠줬다.

앞서 트럼프 주니어는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가 모자를 쓴 일부 현지 주민의 환영을 받고 함께 사진을 촬영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 미 의회 공화당 상원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장남의 그린란드 방문과 관련해 “반발은 없었고, 주민들은 대표단이 착륙했을 때 엄청난 박수를 보냈다”며 “마치 ‘사랑의 축제’ 같았다”고 전했다.

링게 의원은 집권당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IA) 소속이다. 무테 에게데 총리가 이끄는 정당으로 그린란드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링게 의원은 그린란드 의회에서 외교안보정책위원장도 맡고 있다.

링게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우리는 그들(미국)이 알래스카에 사는 이누이트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리를 침공하려 하기 전에 그들의 처우부터 ‘위대하게’ 만들어라”라고 꼬집었다. 러시아령이었다가 1959년 미국에 편입된 알래스카 내 원주민들은 미국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짧으며, 자살률과 알코올 중독률이 가장 높은 등 광범위한 경제·교육·건강 격차에 직면해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링게 의원의 비판이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다. 그의 대변인은 방문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비판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달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고 답해 무력사용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원하면 독립은 가능하지만 ‘미국 땅이 될 일은 없다’고 경계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덴마크 주요 정당 대표들을 소집해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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