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추석 연휴,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중 1위는 KBS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내보낸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이었다. KBS가 9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무료 콘서트를 녹화한 이 날 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15.7%. 순간 최고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다. 조용필은 공연 시간 150분 동안 게스트 한 명 없이 밴드를 이끌며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허공’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 시대를 뛰어넘는 히트곡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일흔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놀라운 가창력으로 열창한 그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젊은 오빠’이고 변함없는 ‘가왕’이었다.#
떠오른 공연이 있다. 지난 8월, SBS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그해 여름, 조용필 in 평양>에 담았던 ‘조용필 평양 공연 2005’다. 이 공연은 SBS가 광복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3~4년 전부터 추진했던,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거나 번복되는 어려움을 거쳐 겨우 성사된 것이었다. 참관인으로 동행하게 된 그해, 처음 가본 평양과 조용필 공연은 아직도 강렬(?)하다.
‘조용필 평양 2005’가 열린 유경 정주영 체육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꾸준히 추진해왔던 대북사업의 결실이었다. 공연장은 당초 1만 2,000석을 갖추었지만, 객석 상당 부분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7천 석으로 줄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객석은 완전히 찼다. 공연이 끝난 뒤 '모나리자'로 북한에서도 인기 있던 조용필 공연에 고가 암표가 나돌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공연은 8월 23일 오후 6시 시작됐다. 남쪽에서 간 공연단이나 북쪽의 관중 모두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조용필의 무대는 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한 무대장치와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으로 막을 열었다. 북한 관객들에게 큰 문화적 충격이겠다 싶었지만, 관객들의 경직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좀체 풀어지지 않는 객석 분위기는 후반에 들어서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필의 노래도 그제야 힘을 찾기 시작했다. ‘홀로 아리랑’은 그날 공연의 절정이었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관중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정상에 있어도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해온 가왕 조용필에게 북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최고의 경의라 했다.
조용필과 그의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왕의 귀환을 알렸던 새 앨범 ‘헬로(Hello)'이후 10여 년 만이다. ‘나를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늘 새로운 도전. 다시 찾아온 ‘조용필 신드롬’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조용필 평양공연 ##가왕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 콘서트 ##추석 연휴 특집 ##광복 80주년 조용필 콘서트 ##헬로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영상] 김용빈-손빈아-춘길-최재명-남승민-추혁진, 미트3 퇴근길은 콘서트였다](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1044/art_17615801830496_67c24d.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