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독소, 숨 쉴 때 들어와 ‘간’ 망가뜨린다···“제2의 가습기 살균제 비극 막아야”

2025-11-30

녹조 속 독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간 피고임 등 치명적인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녹조 속 남조류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간 독성, 신경 독성, 생식 독성,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 의대 박은정 교수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거친 연구 결과를 보면, 호흡기를 통해 1kg당 150마이크로그램(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된 쥐는 단 1회 투여 만에 폐사했다. 낮은 농도라도 여러 번 반복 노출된 쥐도 심각한 간 손상을 입고 죽었다.

낙동강 녹조에서 발생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사실이 2022년 환경단체·연구진 조사를 통해 알려졌음에도, 그간 정부는 별다른 관리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등 모든 조사에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설사 녹조가 공기 중에 떠다닌다 해도 인체 위해성을 알 수 없다며 판단을 미뤄왔다.

지난 27일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녹조 독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정부가 인체 노출 총허용량을 모든 노출 경로를 포함해 10마이크로그램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입증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분무 소독의 위험성을 대중에 알린 ‘생활 밀착형’ 독성학자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녹조 속 독소가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나.

“에어로졸화 된 녹조 독소는 대부분 5μm(마이크로미터) 이하라서 호흡기를 통해 사람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세먼지의 크기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공기 중 먼지를 의미한다. 인체 코 내부와 유사한 3D 인공 기도 상피 모델을 이용해서 실험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몸 안으로 침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녹조 독소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인체에 어떻게 해를 입히나.

“먼저 급성 독성(1회 노출 시 사망이 관찰되는 농도 확인 시험) 여부를 살펴봤다. 수컷 쥐 코에 각각 30·150·300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을 한 차례씩 투여했는데, 150마이크로그램을 투여한 쥐 그룹에서부터 폐사가 관찰됐다.”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높은 독성 농도에 노출되기가 쉽진 않을 것 같은데, 독성 농도가 낮으면 괜찮지 않을까.

“낙동강 주변 지역 주민들은 녹조 독소에 장기간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반복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수컷, 암컷 쥐 코에 10·50·100마이크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차례 투여했다.

그 결과 100마이크로그램을 두 번째 투여한 그룹에서 폐사 동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민감한 동물의 경우, 투여 1시간 반이 지나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2시간이 지나면 죽었다. 움직임이 뚜렷하게 둔해진 쥐들을 부검해보니, 간에 피가 차는 간울혈이 확인됐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쥐는 모두 다 간이 망가져 있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축적되면서 이상 반응이 시작된 것이다.”

- 에어로졸이라면 폐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간이 망가진다는 점이 의외다.

“보통 호흡기로 들어간 물질은 폐에, 음식은 위나 간에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호흡기로 들어갔는데, 폐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고, 오히려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00마이크로그램에 노출된 쥐의 간에서는 괴사성 세포 손상까지 확인됐다.

코로 들어간 독소가 2시간 만에 간에 쌓인 건데, 어떤 과정을 통해 간으로 침투한 것인지는 추가 연구를 더 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건 호흡기로 들어간 독소가 간을 망쳐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다.”

-공기 중 녹조 독소가 인체에 치명적인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명확한 사실은 몸 안에 들어온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으로 빠르게 이동한 후 1주일까지 머무른다는 것이다. 또 반복 노출될 경우에는 독성이 강화됐다. 지속적으로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된다면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인데, 인체에 나타나는 영향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도 법정에서 동물 실험 결과를 어떻게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나왔다. 어떤 교수는 인간을 상대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번은 과거 일본과 독일 수용소에서 자행된 인체 실험을 하라는 거냐. 아니면 교수님이 직접 실험 대상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대답을 하지 않더라.

동물 실험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동물 실험 결과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포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동물대체시험법에서 나온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동물을 이용한 독성시험은 약물 부작용을 미리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간 독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 건 오래되지 않아서, 관련 연구가 적고 데이터도 부족하다.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모자라서 AI에 예측을 맡길 수도 없다.”

인체 노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10마이크로그램 이하로 제한해야”

-녹조 독소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면서 생활화학 독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애초에 독성 물질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학자로서 기여하고 싶어서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하고 싶은 공부만 하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상생활에 접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을 연구했다.

녹조 독소 문제는 올해 2월에 남편이 언론 기사를 보고 알려줬다. 사람 콧속에서 독소가 나왔다고 하는데, 정부는 계속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만 하더라. 그렇다면 내가 직접 문제를 확인해보고 최소한의 안전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야겠다 싶어서 올해 5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가 인체에 노출 가능한 녹조 독소 농도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녹조 독소 노출 허용 기준량을 높게 잡으면 어떤 환경에서든 다 안전하다고 나올 수밖에 없다. 호흡기를 통한 노출 허용량, 피부 노출 허용량, 음용 노출 허용량을 별도로 잡게 되면 또 노출 허용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말하자면 공기와 물, 식품, 피부 등 모든 노출 경로를 통해 노출된 총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를 10마이크로그램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 중 녹조 독소 노출 ‘가이드라인’을 제안한 이유는.

“정부가 녹조 독소의 유해성을 인지해 대응하려면 먼저 인체에 유해한 독소 농도와 독성 반응을 알아야 한다. 그걸 연구해서 알려주는 게 독성학자로서 제 역할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오자마자 국립환경과학원에 공유했다. 녹조 독소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기후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 남조류가 늘어나 지역 주민에게 독소가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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