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취업할래"…외국인 유학생 홀린 K-한옥·온돌의 매력

2025-12-09

“학업 스트레스는 잊고 멋진 기와집과 온돌에 푹 빠졌습니다.”

지난 3일 경북 하동군 화개면 하동야생차박물관. 6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차(茶) 마시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상대방에게 인사하는 방법부터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체험 등을 하며 다도(茶道)를 익혔다.

이날 유학생들 앞에는 차 주전자와 찻잔, 물 주전자, 거름망 등 13개의 다기(茶器)가 놓였다. 이들은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서툴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차를 우려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셰일라(22·미국)는 “공손하게 차를 마시고 대접하는 방법을 배우다 보니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정말 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한 외국인 유학생 체험 팸투어’에 참여한 유학생들이다. 현재 대학교에 다니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26개국 유학생들이 전남관광재단의 팸투어 프로그램인 ‘섬진강 스테이 특화사업’에 참여했다.

1박 2일 팸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학생들은 첫 일정으로 전남 구례군에 있는 화엄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해설사로부터 천년고찰인 화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찰음식 체험을 한 뒤 덕제스님과의 야생차 차담 행사에 참여했다.

유학생들은 팸투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으로 덕제스님과의 차담을 꼽았다. 이들은 차를 마시며 스님과 인생 상담을 했다. 덕제스님이 차를 마시며 “고민이 있느냐”고 묻자 유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며 각자의 고민을 털어놨다.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판티미린(28·베트남)은 “화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겠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덕제스님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답했다. 판티는 상담이 끝난 뒤 “스님 말씀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과거에 연연했는데,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님과의 차담을 마친 유학생들은 250년 된 고택 종갓집 종부와 함께 대물림 다과상 체험을 했다. 이들은 압화(押花) 체험을 한 뒤 쌍산재(雙山齋)에서 한옥 체험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날 전통 한옥을 처음 본 유학생들은 숲과 어우러진 기와집을 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올해 이화여대를 졸업한 타이포바말리카(24·카자흐스탄)는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온돌방에 누우니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며 “서울 기숙사에 있는 침대도 빼고 싶을 정도로 온돌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섬진강 체험을 마친 뒤 고즈넉한 시골에 직장을 구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팸투어를 마친 유학생들은 “학업·취업 스트레스를 잊는 힐링여행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진짜로바 사라 강(25·체코)은 “복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시골에 와서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힐링이 됐다”며 “친구와 함께 다시 찾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관광재단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스님과의 차담에서 듣기만 하기 일쑤인데, 외국인 유학생들은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담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섬진강 체류형 관광 브랜드를 만들고, 여행상품을 육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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