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부조리한 문화' 개선 등 선수 권익 강화 방안 발표
선수와 협회 후원사간 충돌, 팀 재정난 등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김택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리단체 지정,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대표 관리, 제도 개선, 보조사업 수행 상황, 협회 운영 실태,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문제를 제기한 뒤 문체부는 이정우 체육국장이 조사단장을 맡아 약 3개월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국가대표와 관련해선 선수의 권익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외출·외박 제한과 청소·빨래, 산악·새벽 훈련 등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할 방침이다.
국가대표가 훈련할 때는 개인 트레이너 참여를 허용하고, 선수가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는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고 휴식을 보장받게 된다. 국제대회 출전은 2진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게 된다.
배드민턴협회에만 있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으로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없애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나이 제한(남 28세, 여 27세)도 없애도록 했다.
후원 계약 관련해선 선수의 권리가 강화된다. 선수는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배드민턴협회의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와 계약 충돌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정우 국장은 "요넥스와 위약 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내년 전략 예산 50억 원 정도를 신설해 정부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복식 국가대표 선발 때 경기력 70%, 평가점수 30%로 평가하던 방식도 '자의적이고 불공정하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실업선수의 연봉과 계약기간에 대해선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을 금지하고, 계약기간을 축소하며, 우수 선수에 대해선 연봉 상한 철폐와 계약기간 예외 인정을 할 수 있게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업팀의 운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가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 지급 등 위반사항에 대해 보조금 환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협회 정관을 위반해 후원사 유치를 한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와 상여금 등의 반납도 요구했다. 협회의 이른바 '페이백 의혹'에 대해선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김택규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지난 28일 근로기준법에 따라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정우 국장은 "국가대표 지원 강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들인데, 이제야 개선 발표를 한 것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며 "다른 종목 선수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배드민턴협회에 대해선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의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