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92명 중 100명 부정선거"…음모론 재생산 성지된 한남동

2025-01-13

이번주 내로 국가 전복 세력이 장갑차를 끌고 우리를 짓밟은 뒤 관저로 쳐들어갈 거다. 도대체 누가 내란 세력이냐?

13일 오전 8시쯤 서울 한남초 인근 탄핵 반대 집회 단상에 오른 한 중년 남성 A씨의 발언에 50명 남짓 시위대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시위대들은 맞은편으로 달리는 차량을 향해 북을 치며 “내란범 이재명 구속” “공수처 해체” 등을 외쳤다. A씨에게 발언의 구체적 근거를 묻자 “우리 애국 시민은 한남대첩 최전선에서 순국할 것”이란 답만 돌아왔다.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한남동 일대가 허위사실과 근거 없는 주장이 확대·재생산되는 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극우 단체의 근거 없는 주장이 밤낮으로 스피커로 울리고, 플래카드 등이 주택가에도 부착되면서다.

이날 오전 9시쯤 한남초 인근 보수집회 단상에선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의 유튜브 방송이 상영됐다. 전 목사의 발언이 나올 때는 볼륨이 커졌다.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루터교회 인근 집회 참여자들은 휴대폰으로 전 목사의 방송을 시청했다. 전 목사는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이미 골든크로스를 넘어섰다” “(윤 대통령 파면 시) 대기업이 해체되고, 개인과 가정도 사라진다” 등을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직접 집회 현장을 찾아 “야당 의원 192명 중 100명은 가짜(부정선거)로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내놓을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화를 주고 받으며 짜고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방송을 듣던 이현규(71)씨는 “전광훈 목사 말이 다 맞다. 진실 보도를 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다”며 “많은 사람이 시청하기 위해 더 큰 화면에서 더 큰 소리로 방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박모(81)씨도 “논리정연하고 합리적인 얘기를 하는 매체는 유튜브뿐”이라고 거들었다. 대전에서 올라온 70대 남성은 “나라가 완전히 넘어간 현실을 아무도 알리지 않아, 답답해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부정선거론을 설명하는 부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해당 부스 인근엔 “134세 노인이 생존해 2020년 총선에 투표했다” “통계적 불일치로 인한 부정선거” 등이 적힌 현수막이나 전단이 부착됐다. 부스 운영자는 부정선거에 대한 근거를 묻자, 극우 성향의 유튜브 링크를 공유했다. 해당 유튜브에서 주장한 근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수치”라고 밝힌 내용이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음모론은 주택가로도 번졌다. 주택 골목 곳곳에 “stop the steal” 같은 2020년 대선 때 패배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조작을 주장하는 문구의 팻말들이 늘여져 있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시하는 전단이 붙어있었다. 집회 참여자는 “우리 영역에 부착했기에 문제없다. 우리 허락 없이 그 누구도 뗄 수 없다”며 “유튜브만 보면 우리의 주장이 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빌라에 거주하는 한모(46)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사유지에 무단으로 부착했다. 동네 주민들이 내란 옹호자로 낙인 찍힐까 두렵다”고 전했다.

한남동 주민들은 관저 앞 집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진형(62)씨는 “밤낮으로 집회 구호들이 울려대니 미칠 것 같다”며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2주 사이 지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모(57)씨는 “지나가는 애들을 붙잡고 부정선거나 정치적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며 “대로뿐만 아니라 동네 골목에도 태극기를 매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 무섭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전담 대책반을 구성해 집회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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