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 담배 유해성분 공개 앞두고 조심스런 업계 분위기

2025-02-11

[비즈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일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1월 법령 시행을 앞두고 세부사항을 담은 것으로, 식약처는 다음 달 중순까지 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친다. 내년부터 담배의 유해성분 검사 및 정보가 공개되는 가운데, 향후 담배업계의 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년부터 유해성분 검사 결과 모두 공개…담배업계 “아직 준비 단계 아냐”

이번 제정안에는 담배의 유해성분 검사, 정보 공개, 검사기관 지정·관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담배 제조업자 및 수입 판매업자는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유해성분 검사를 기관에 의뢰해야 하며, 이후 2년마다 해당연도 6월 30일까지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검사결과서는 발급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식약처장에 제출해야 한다. 신규 제품의 경우 판매개시일 1개월 이내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유해성분 정보와 유해성분별 독성·발암성 등 인체에 미치는 정보는 매년 12월 31일까지 식약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

담배유해성관리법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2013년 처음 발의된 후 10년 만에 제정됐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모두 12차례 제·개정안 발의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담배 유해성분 평가·공개를 국정과제에 포함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타르, 니코틴 등을 포함한 8개 유해성분만 공개하던 것이 44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민 알권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제정 후 식약처가 발간한 ‘담배 주류연 성분 분석법’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는 39개 성분, 캐나다 보건부는 44개 성분에 규제를 권고한다. ​​

담배업계는 이와 관련해 “아직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면서도 입장을 내기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법령 시행 이후에나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입법 예고기간 의견 제출이나 추후 대응을 두고는 “회사는 항상 정부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기조임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별도로 준비하는 부분은 없다”며 “국가에서 하는 규제다 보니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소송에 영향 미칠까

보건당국과 업계는 담배의 ‘유해성분 공개’를 두고 오랜 기간 다퉈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담배에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업계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유해성분을 포함한 성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보건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이 자체적으로 성분 및 유해성 분석을 해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18년 식약처를 상대로 분석 결과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한국필립모리스가 판매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서 검출된 ‘타르’의 평균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많다고 발표하자 “구성성분 및 독성이 매우 다른 두 혼합물의 총 무게만을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실험 데이터의 공개를 요구한 것. 당시 재판부는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는 향후 업계의 소송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AT코리아(제조사 포함), KT&G, 한국필립모리스 등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흡연으로 지출한 공단부담 진료비 533억 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건보공단 측은 담배회사들이 ‘제조물 책임(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과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2020년 12월 항소심을 제기해 변론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일 열린 11차 변론기일에는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정보 공개 대상에서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제외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을 중심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률이 높아지며 담배 원료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 및 사용률은 각각 7.1%, 2.9%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두 배에 달한다. 전날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담배의 원료 범위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수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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