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개 이상…54% 급증
용궁·토끼 등 한인타운 식당도
운영비 부담·대출상환 직면 탓
“매출 빼고 모두 다 올라” 실감
2024년 LA카운티에서 100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폐업하며 외식업계의 경기 하강이 가시화됐다.
LA타임스(LAT)는 최근 고객들의 사랑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레스토랑을 포함해 100곳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밝히며 폐업 리스트를 공개했다.
LAT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부터 몇 년간 호평을 받았던 인기 신생 레스토랑, 수십 년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온 노포까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LAT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폐업 리스트는 65곳이었으나, 올해는 이보다 54% 증가한 100곳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는 한인타운의 식당도 다수 포함돼 있다. 올해 초 문을 닫은 용궁은 40년 이상 한인타운의 모임 장소로 사랑받은 곳으로 소개됐다. LAT는 용궁의 왕덕정 사장이 실력 있는 셰프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LA에서 최고의 와인 바 중 하나로 꼽혔던 레드룸도 지난 8월 문을 닫았다. 레드룸은 커피 엠코의 공간이 밤에는 와인 바로 변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자랑했다. 현대적인 퓨전 한식을 선보였지만, 영업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폐업했다.
모던 코리안 타파스를 표방하며 6가 채프먼 플라자에 자리 잡았던 토끼(Tokki)도 지난해 2년간의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 같은 자리에는 돼지 곰탕, 육회, 잡채, 비빔밥 등 전통적인 한식을 판매하는 ‘단비’가 영업 중이다.
뉴욕에서 유행한 기사식당 열풍을 타고 한인타운에 문을 연 기사식당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식당 측은 지난 9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폐업 결정을 발표했다.
식당주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들이 2024년에 여러 악재와 맞물리며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 인상, 보험료 상승, 임대료 부담에 더해 팬데믹 시기 연기됐던 대출금 상환이 2024년으로 몰려온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2023년 할리우드 파업 사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의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외식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고물가로 인해 식자재뿐만 아니라 주방 수리와 설비 교체 비용이 상승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식료품 가격이 25% 이상 상승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 업주는 “솔직히 매출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치안 걱정 때문에 아예 한인타운에 나오지 않는다는 손님들이 많아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운 환경이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폐업한 샌드위치 가게 왁스 페이퍼의 경영자 로렌 레모스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영업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소규모 식당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