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259960)은 최근 ‘출산 시 최대 1억 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도입해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장병규 의장은 “저출산이 너무 심각한 문제여서, 파격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우리 사회가 자극을 받고 움직일 수 있지 않겠냐는 관점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장은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대한상의 부회장 등을 지내면서 산업계와 정부 정책을 잇는 가교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기업의 창업자라는 역할에 앞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무겁게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연간 이익의 1~2%에 해당하는 수백 억 원을 그냥 써야 하는 건데 작은 돈이 아니다”라며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의 의미라는 건 솔직히 몇 개 되지 않는다. 자녀는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며 “삶의 의미가 풍성할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출산이라는 건 국가의 문제라는 관점보다 개개인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걸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장은 임직원·주주 뿐 아니라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스테이크홀더 캐피탈리즘’(Stakeholder Capitalism)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예전부터 기업이 사회적인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같이 다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이 있었다”며 “크래프톤 구성원들이 이익이 조금 줄어도 이 사회 또한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지지해 준 결과”라고 내부 설득 과정을 소개했다.
크래프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정글’을 통해 고등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여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장 의장이 애정을 보이는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다. 그는 “정글을 교육이라고 바라보지 않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식을 습득·체화·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는데 지금의 고등교육은 옛날 방식”이라며 “정글에는 강사가 없고 코치만 있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교육 방식”이라며 “정글은 대학교 재학생도 들어올 수 있으니, 재학 중에 한 학기 와서 자극을 받고 태도를 바꾼 뒤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걸 가장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장 의장은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만 내도 행복한 사회여야 하는데 그 외에 나머지 의무를 주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을 향해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문화에 대해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그 이상을 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불행한 일”이라고 씁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