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기업과 오징어게임

2025-01-15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큰 빚을 지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한계에 몰린 인간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들이 목숨을 거는 용기로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우리 사회가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한계 상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일어난다. 기업이 부채 과다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법원의 관리를 받는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권자들이 합의를 통해 채무를 탕감하고 기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우리나라 회생기업 신청 건수는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661건에 불과하던 회생기업 신청 건수는 2023년 1024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200건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은 마치 오징어게임의 주인공들처럼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는다.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직원들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삶의 터전을 위협받게 된다.

거래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는 한 기업의 회생 신청이 거래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업이 납부하던 세금이 사라지면 국가 재정도 부담을 안는다.

부실기업이 오징어게임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그 전에 적절한 절차를 취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첫 번째 방편으로는 자율조정지원(ARS) 제도가 있다.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회사와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합의하는 방식이다. 인재가 유출되고 거래처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 회생절차를 매우 신속하게 진행할 수도 있어 ARS 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DIP)를 통한 금융 조달이다. 이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 스스로 보유한 자산이나 권리를 활용해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방안이다. 과거 쌍용자동차·동양건설산업 등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세 번째는 인수합병(M&A)이다. 회생기업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방식인 만큼 신규 대주주가 자금·인력·판매망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수록 회사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등장했던 많은 회생기업들이 M&A를 통해 살아나 지금도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여러가지 이유로 부실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다. 기업들이 목숨을 건 처절한 오징어게임에 내몰리지 않고 희망을 품은 채 다시 뛸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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