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20대를 지나 안정을 찾은 것 같아요. 30대가 너무 기대돼요.”
1996년 생, 올해 세는 나이로 30세에 접어든 가수 민서는 마음도 노래도 한층 더 깊어졌다.
지난 8일 공개된 신곡 ‘언아더 웨이’는 고민과 걱정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위로곡이다.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알린 민서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이기도 하다. 직접 지은 가사에는 ‘발걸음이 멈춰버리고 / 시간조차 / 흐르지 않는 순간이 / 두려울 때’ ‘새로운 시작이 널 다시 / 심연으로 끌어내려도 / 잊지 않아 / 알 수 있어 / 강했던 마음들’ 등 그가 방황하고 이를 극복했던 시간들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민서는 “넓은 범위의 ‘사랑’에서 주제를 찾아갔다. 파고들어가다 보니, 사랑의 첫 스텝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초반에는 그 방법을 몰랐고, 후반에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겁쟁이인 내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이야기 해보자고 했고, 그렇게 ‘언아더 웨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민서는 2017년 발매된 ‘좋아’의 흥행으로 이름을 알렸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탔고, 연기나 예능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다.
“20대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고민과 불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일할 때는 화려하고 밝게 빛나는 환경 속에 있다가 그게 끝나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 차이를 좁히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게 외로움으로 다가왔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하지 않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솔직히 전했다.
그러면서 “20대 후반, 그리고 서른이 되면서는 그때의 모든 시간이 다 재밌는 경험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혼자서도 정말 시간을 잘 보낸다. 일과 생활의 간극을 조절할 수도 있게 됐고, 그 에너지를 긍정적 방향으로 끌고 가는 동력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신곡 역시 이런 동력에서 시작됐다. ‘언아더 웨이’는 개인 신곡이 아닌, ‘나인티 프로젝트(90 project)’로 선보이는 첫 싱글이다. “완성도 90%의 인간들이 100%를 향해 가는 프로젝트”라는, 이름부터 그의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해당 프로젝트는 민서와 그의 오랜 친구들이 함께한다. 아이유, NCT 도영, 루시 등과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강버터가 ‘언아더 웨이’의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고, 21살부터 친구였던 A&R 전문가도 합류했다.
민서는 “어려서부터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꿈만 꾸고 있다가 이번에 소속사를 옮기면서 이야기가 나왔고,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줬다”며 “같이 작업을 하면서 친구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다. 서로를 잘 알아서 의견을 내세우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음악적으로도 잘 맞았다”고 작업 비화를 전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밴드 사운드에 도전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공연형 가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있고, 어려서부터 모던록 장르를 좋아해서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며 “어렸을 때 페스티벌이나 밴드 공연을 보고 다닐 때 느꼈던 에너지를 잊을 수 없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그 진동에 자유롭게 피어나는 기분이었다. 그건 음원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형 가수가 되겠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려고 노력하는데, 그 가장 빠른 방법이 노래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과 물리적으로 가깝게 만나서 서로의 눈앞에서 노래하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2025년은 나이도 음악도 모든 게 다 ‘시작’인 느낌”이라는 민서는 올해 ‘발라더’로서의 유명세는 잠시 접어두고, 나인티 프로젝트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는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우선은 밴드 사운드로 쭉 달려보려고 한다. 곡을 내는 기간이 길지 않도록 두 번째 곡도 작업 중”이라며 “밴드붐이기도 하지만, 그저 니즈에 맞춰서 노래하기보다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 또 여성 보컬의 밴드가 잘 없지 않나. 특이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우선 이름을 알리는 데 노력하려고 한다. 저희끼리는 페스티벌 무대에 서거나 소규모라도 콘서트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러면 곡이 쌓여야 하니까, 올해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곡을 내고 활동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