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는 모르는 이의 간절한 하루, 그날의 작은 이야기가 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시가 귀하다 해도 삶을 살아내는 사람 한명 한명보다 더 귀할 리 없다. 삶이 시보다 훨씬 커다래져 작금에 시가 다 무슨 소용인가 한숨이 나오다가도 이런 시 한편을 읽으면 눈물이 핑 돌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종삼은 “비시(非詩)일지라도 나의 직장은 시(詩)”라고 했다. 그는 어쨌거나 시에 속한 사람, 시 속에서 걷고 뛰고 살다 죽을 사람, 시를 벗어나서는 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선언으로 읽힌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시가 무엇인지 묻는데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모르겠다며 능청을 떤다.
시인은 커다란 질문을 쥐고 서울을 걷는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 서울역을 지나간다. 남대문 시장에서 빈대떡을 앞에 놓고 기어이 그가 찾은 답은 이렇다. 시인이란 “그런 사람들”이란 것!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훌륭한 일을 하는 뛰어난 자가 아니라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은” 태도로 “엄청난 고생 되어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시인이란 이야기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이고 시인의 눈에 비친 진정한 시인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나라를 지키는 건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만백성이었다. 세상의 알파요 고귀한 인류이며 영원한 광명이라 한 “그런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만들었다. 아무리 힘든 때라도 “그런 사람들” 한명 한명의 힘, 간절한 목소리로 세상은 살 만해지지 않았던가.
시인 박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