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중장기 농정의 지침이 되는 새로운 ‘식료·농업·농촌 기본 계획’을 최근 각료회의에서 의결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25년 만에 개정된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이번 기본 계획은 식량안보 확립을 핵심 과제로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 전략을 제시했다.
지난해 개정된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은 기존 법이 담고 있던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표현을 ‘식량안보 확보’로 한층 격상했다. 이는 식량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기본 계획도 ▲식량의 안정적 공급 ▲수출 촉진 ▲국민 개개인의 식량안보 강화 ▲환경과 조화된 식량 생산시스템 확립 및 다원적 기능 발휘 ▲농촌 진흥 ▲국민 이해 증진 ▲자연재해 복구·부흥 등 총 7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식량의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 2030년 공급 칼로리 기준 식량자급률을 45%(2023년 38%)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생산액 기준 식량자급률 목표치도 69%(2023년 61%)로 잡았다.
이와 함께 농업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이행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했다.
우선 농지면적은 이전 계획의 목표치였던 414만㏊에서 412만㏊로 조정했다. 특히 논에 대해서는 쌀 대신 밀, 대두, 쌀가루용 쌀 생산을 장려하던 ‘논 활용 직접지불 교부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쌀을 포함한 작물별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인력 확보를 위해 49세 이하 농업인구를 현재 수준인 4만8000명으로 유지하고, 여성 농업위원과 농협 여성 임원수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지 대구획화, 스마트 농업기술 도입 등을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도 적극 추진한다. 이를 통해 농업경영체 한곳당 농산물 생산량은 2023년 47t에서 2030년 86t으로 1.8배 늘린다는 방침이다. 쌀·밀·대두 등 주요 작물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구체적 목표도 함께 설정했다.
농산물 수출 촉진에도 힘을 실었다. 인구감소로 인한 자국 내 식량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외국 수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국내 공급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030년 농수산물 및 식품 수출액 목표를 2024년 1조5000억엔보다 3배 이상 늘린 5조엔으로 설정했다. 더불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의 식품 소비액도 2030년까지 4조5000억엔(2023년 1조6000억엔)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쌀의 수출 목표는 2030년까지 35만t으로 설정했다. 이는 2024년 실적(4만6000t)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수출 확대를 통해 국내 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가의 생산기반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장관)은 이번 기본 계획 발표에 대해 “돈만 있으면 해외에서 식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일본의 식량자급률을 지나치게 낮췄다”며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농산물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이번 기본 계획의 큰 축”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일본) = 김용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