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죽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면 확인서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서한은 미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0월14일에 전달됐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에 보낸 서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해쳐선 안 된다고 경고한 데 대한 응답 성격이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응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위협을 최상위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그의 생명에 대한 어떤 시도도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개 메시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이 서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라고 명령했다고 언급하며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명령이 범죄에 해당한다는 기존의 비난을 반복한 것이다. 2020년 1월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 국내에서 영웅적인 대우를 받던 솔레이마니를 잃자 이란은 계속해서 복수를 천명해왔다.
지난주 미 법무부는 이란 요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기 전에 암살하려고 계획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는 이란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방 검찰은 앞서 8월 이란과 관계가 있는 파키스탄인을 트럼프 암살 음모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도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과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 정책에 관여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브라이언 훅 전 이란 특사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사들도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란은 트럼프 암살 시도 주장을 일축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이런 주장을 “삼류 코미디”로 치부했다. 미국의 제재를 해제해 경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립을 피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 서한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미 당국자나 트럼프 캠프 관계자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대 이란 관계를 어떤 기조로 운영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