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폰세가 집합을 걸었다…한화를 ‘탑독’ 만든 세 장면

2025-07-02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2회 - 한화를 ‘탑독’으로 만든 세 장면

탑독(Top Dog)

‘탑독(Top Dog)’과 ‘언더독'(Underdog)’은 국립국어원이 지정한 외래어 표기법상 ‘톱도그’와 ‘언더도그’로 써야 하지만, 스포츠계에서 널리 쓰이는 관용적 표현임을 고려해 ‘탑독’과 ‘언더독’으로 표기했습니다.

우리 삶에는 반전의 모멘텀이 있다. 야구팀도 그렇다. 한화 이글스는 2009년 리그 최하위로 처진 뒤 이른바 ‘암흑기’에 빠졌다. 이후 2018년 딱 한 번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뿐 아이가 태어나서 고3이 되는 17년 동안 줄곧 하위권에 머문 약체, ‘언더독’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언더독의 반대, ‘탑독’의 위치다. ‘탑(Top)의 독수리’로 부를 만하다. 그 만년 언더독 한화를 탑독으로 만든 결정적 세 장면이 있다.

믿음의 선언

1년 전 한화 선수단에 파도가 칠 때다. 시즌 개막 두 달 만에 최원호 감독이 김경문 감독으로 교체(6월 3일)되고 여덟 번째 경기. 새 감독의 색깔이 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6월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다. 3-3으로 맞선 9회초, 1사 1·3루의 찬스를 잡은 한화 벤치가 “타임!”을 불렀다. 감독이 주심에게 다가가 이름을 전달하고, 대타가 걸어 나왔다. 고졸 2년 차, 스무 살 문현빈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타는 ‘믿는다’는 의미다. 스무 살을 믿는다? 김경문 감독 스타일이다. 이런 상황을 통해 감독의 색깔을 보여주고,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준다. 고졸 2년 차 약관(弱冠)이지만 이 장면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상황을 이겨내면 팀의 주축이 된다는 거다.

두산 벤치 역시 움직였다. 마운드를 왼손투수 이병헌으로 바꿔 왼손 vs 왼손 매치업을 만들었다. 타자가 불리해진 건가, 문현빈의 타석이 궁금하다. 초구 볼, 2구 파울. 그리고 3구째, 의외다. 스퀴즈번트다. 타석에 들어설 때는 믿고 맡겼지만, 타석의 태도와 2구째 스윙을 보고 3구째 작전을 걸었다. 문현빈의 배트에 닿은 타구가 내야에 구르고, 3루 주자 하주석이 득점했다. 작전 성공, 4-3 리드. 문현빈의 임무 완수다. 한화가 승리를 가져가고 김 감독은 여덟 경기에서 5승1무2패를 기록하며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알린다. 그리고 문현빈이라는 이름이 동료들 사이에, 다른 상대 팀에, 리그 전체에 알려진다. 여간해서는 번트를 대지 않고 빅볼을 선호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도 실용적인 이기는 야구로 달라졌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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