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에 대규모 정전까지 뒤숭숭… 관광대국 스페인 '비상'

2025-05-03

스페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대국이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주요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들뿐 아니라 해변, 산맥 등 자연자원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국가경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해 스페인 국가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무려 12.8%에 달한다.

이런 스페인이 ‘비상’이 걸렸다. 국가경제에 핵심이 되는 관광산업이 지난해부터 지속적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스페인은 유럽 내 주요 기후변화 위기 국가 중 하나로 국가 평균 기온이 세계 평균보다 1.6배 더 빠르게 상승하며 가뭄과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폭우와 가뭄이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대혼란을 주고, 관광자원들을 훼손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표적 관광도시 중 하나인 발렌시아에 대규모 돌발 홍수가 일어나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어 3월 초엔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대표휴양지인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카나리아제도는 전역에 내린 폭우로 인해 거리 전체가 강처럼 변했다. 흙탕물이 빠르게 흐르면서 도로에 있던 차가 바다로 휩쓸려가기도 했다. 이런 폭우는 4월에도 발생해 지난달 중순 란사로테섬 등이 초토화됐다.

이에 카나리아제도를 여행하려는 이에 따라 해당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안전한지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 외무부는 란사로테섬 홍수에 대해 “섬 전체가 폭우의 영향을 받아 방문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부 호텔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여행자들은 당국의 조언을 따르고 날씨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라고 조언했다. 자연재해의 경우 일반적으로 환불조치가 불가능함에도 여행 취소 문의도 빗발쳤다.

기후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 이 같은 기후위기가 스페인 관광산업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스페인 정부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위기를 경고했던 것. 해당 보고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해변이 침식하고, 물부족이 발생하는 등 악영향으로 관광산업에도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런 우려가 10년도 되지 않아 현실화하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대규모 정전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스페인 관광산업에 또 하나의 대악재가 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이베리아 반도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전기에 의존하는 국가 인프라가 일제히 마비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의 전력망이 일순간 전국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전력을 잃었다”고 전했고, 전력은 10여시간이 지나서야 상당부분 복구됐다.

이 시간동안 스페인국민들도 여러 불편을 겪었지만, 여행객들은 더 큰 피해를 경험했다.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 렌페가 운영하는 모든 열차가 멈추는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정지된 탓이다.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전력 복구를 기다리며 기차역 바닥 등에서 잠을 청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전 세계에 타전된 이 같은 대혼란은 고스란히 스페인의 관광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스페인 관광산업의 장기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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