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 ‘극우 사절단’

2025-01-20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치는 국제 연대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한 국가나 민족의 경계 안에 있는 특정 인종 등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존재를 배제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념이 협력을 위해 때론 양보도 해야 하는 국제 연대로 나아간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현실에서도 극우 이념은 대체로 그 나라 안의 움직임으로 그쳤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극우도 국제 연대를 표방했다. 그 시작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 투표였다. 자국 우선주의와 인종주의 등 소수자 혐오가 결합된 극우 정치세력이 유럽과 미국 정치에서 어느 때보다 힘을 얻었다. 극우들은 자신들을 국가보수주의자(National Conservative)로 명명하고 국제회의를 열기도 했다. 국내 한 보수 언론은 그런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많아졌으니 이제 자신을 극우라고 부르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우는 본질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 우선주의여서 연대의 기반이 여전히 빈약하고 그것을 연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여하튼 4년 만에 복귀하는 트럼프의 취임식이 전 세계 극우 정치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처럼 극우가 집권한 나라들은 정상이 직접 참석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그렇지 않은 나라는 극우 야권 정치인이 참석한다. 정작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은 날짜가 겹친 마틴 루서 킹 기념일 참석 등을 이유로 대거 불참한다.

대통령 윤석열도 그 대열에 낄 수 있기를 바랐고, 실제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자폭’하지만 않았다면. 감옥에 있는 그를 대신해 극우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너나없이 트럼프 초청장을 받았다고 과시하며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들 중 실제로 취임식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강추위가 예보되며 취임식이 600명 정도만 참석 가능한 연방의회 의사당 실내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당초 뿌려진 입장권 22만장은 미국 온라인 중고쇼핑몰에서 5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제 별 의미가 없어졌다. 어쩌면 이것이 극우 국제 연대의 민낯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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