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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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달 사내 경품 행사를 위해 롯데모바일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온 대기업 인사 담당자 A씨(38)는 최근 업무에 고충이 늘었다. 엑셀로 상품을 간편히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의 롯데모바일상품권 판매가 중단되며 수십 명의 정보를 하나씩 수작업으로 입력해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A씨는 “상품 할인도 없어져 예산 관리에 차질이 생겼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2. 현대카드 포인트로 롯데모바일상품권을 교환, 활용해 온 40대 주부 B씨 역시 불만을 토로한다. 현대카드 멤버십 리워즈에서 롯데백화점 상품권 판매가 돌연 중단되며 포인트를 쓸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B씨는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긴 매력적이지 않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최근 모바일상품권 판매처를 축소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과거 오피스콘, 현대카드 포인트 교환 등 다양한 경로로 할인받아 상품권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줄어든 선택지와 사라진 혜택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롯데e커머스에 따르면 롯데모바일상품권은 지난 10월부터 롯데온,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 공식 스토어로 판매처가 제한됐다. 사측은 지난해 ‘티몬 사태’로 불리는 대규모 상품권 환불 사기 사건 이후 거래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신뢰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편리함과 혜택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신뢰성 강화 외에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결정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 9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으로 부채비율 200% 이하의 기업만 상품권을 할인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롯데쇼핑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82.3%에서 올해 3분기 190.4%로 상승하며 규제 한계에 근접했다.
전문가 역시 롯데쇼핑의 이번 결정이 소비자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고, 규모에 따른 무조건적인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고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유통 채널 발굴이나 할인 혜택 복원 등 편의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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