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도 이민정책 우향우…5년→20년 기다려야 영주권 신청 가능

2025-11-17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영국에서 집권 노동당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받은 지 20년이 지나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난민 신청과 불법 이민자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영국개혁당에 지지율이 뒤지자 이민 문턱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샤바나 마흐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이 영국 전역에서 엄청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난민 정책 개편을 예고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해주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 6개월로 절반으로 축소하고,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기간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았더라도 본국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송환할 수 있다는 방침도 밝혔다. 주거·생활비에 대한 의무 지원 조항도 폐지한다. 난민의 영구 정착을 어렵게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노동당 정부는 17일 이같은 난민 제도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마흐무드 장관도 부모가 파키스탄에서 이주해온 이민 2세다. 그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로 입국해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난민 신청자는 더 일찍 영구 정착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최근 1년 간 난민 신청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1만1084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청자의 절반이 소형 선박(39%, 4만 3600명)이나 컨테이너 또는 트럭(11%, 1만2100명)을 타고 밀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난민 신청은 감소했지만 영국에서는 증가했다는 것이 영국 정부 설명이다.

개편안은 유럽에서 영주권 신청이 까다롭기로 알려진 덴마크의 이민 정책을 벤치마킹했다. 덴마크는 난민들에게 2년짜리 임시 거주 허가를 내주지만, 난민 자격이 만료되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정규직에 종사해야 하고 덴마크어도 능통해야 한다. 규정 강화 이후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 출신 이민자 유입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는 무엇보다 우익 포퓰리즘 개혁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중순 영국 런던 도심에서 15만명이 운집한 대규모 반이민 집회가 개최된 이후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영주권 제도 폐지, 이민자 복지 혜택 중단 등을 공언했다. 영국개혁당은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노동당을 두 자릿수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패라지 대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노동당 소속) 내무장관이 개혁당 지지자 같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키어 스타머 총리는 지지율 하락과 함께 교체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내각 출범 당시만 해도 36%였던 스타머 지지율은 지난 3일 공개된 조사에선 17%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스타머는 노동당 정부가 대중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불법 입국을 크게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러한 이민 우경화 움직임은 당 좌파 의원들의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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