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간 삼성이 SSG를 꺾은 지난 9일 1차전. 삼성 선발 최원태의 완벽투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삼성 마운드에는 팀 승리를 견인한 불펜 이호성도 있었다.
팀이 5-2로 앞서던 7회 1사 후 등판한 이호성은 8회말 2사 후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필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고명준이 타석에 섰다. 그 때 중계 카메라에는 이호성이 미소짓는 장면이 포착됐다. 만원 관중을 이룬 양 팀 팬들은 물론 양쪽 더그아웃까지 모두가 초조해한 상황에서 정작 공을 쥔 이호성은 웃고 있었고 큰 화제가 됐다. 이호성은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가며 팀의 5-2 승리에 기여헀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1일 만난 이호성은 “솔직히 많이 긴장했고 심장도 엄청 빨리 뛰었다”며 웃었다. 이호성은 “내가 이런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고 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즐겁게 임하자는 생각으로 던졌고 크게 압박감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3년 차인 이호성은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규시즌 5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6.34, 7승4패에 9세이브 3홀드를 쌓았다. 구속과 구위도 좋아졌다. 이호성은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기량을 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0.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1.2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했다.
이호성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당연히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공이 빨라진 덕은 보고 있는데 그래도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투구 페이스가 들쑥날쑥한 적이 많았다. 앞으로 계속 준비할 것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호성은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공을 많이 던져본 것이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체력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이호성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생각은 안 해봤는데, 경기에 나가서 타자와 싸울 때 결과로 나오더라. 체력이 떨어지면 원하는 곳에 공이 잘 안 들어가거나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그런 경우가 후반기에 훨씬 많았다. 그러다 보니 볼카운트가 몰리고 안타를 많이 맞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호성은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등판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SSG와 1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13일부터 대구에서 3·4차전을 치른다. 이호성은 “선수단은 매번 (눈앞의) 한 경기만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