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출을 조기에 갚을 때 내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이자로 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일부 법원이 수수료도 이자로 보아 제한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해 혼란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로 이자제한법 사건에서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처음으로 명확해졌다. 금융권은 관행대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지만, 과도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줄일 수 있어 차주 보호 장치도 유지된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 오경미)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해 이와 달리 수수료가 간주이자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68억 원을 빌린 차주가 1년 내 전액을 갚으면서 약 2,800만 원의 수수료를 납부한 뒤 이를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대법원 다수의견(10명)은 “중도상환수수료는 기한 전에 돈을 갚으면서 채권자가 입는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성격이지, 엄밀히 말해 돈을 빌린 대가인 이자라고 보긴 어렵다”며 간주이자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만약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본다면 최고이자율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불공정하다면 이자제한법 제6조에 따라 법원이 직권으로 금액을 줄일 수 있다”며 채무자 보호 장치가 여전히 작동함을 설명했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3인(이흥구·오경미·박영재)은 “중도상환수수료도 결국 대출과 직접 연결된 금전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이자에서 제외하면 금융사가 이자 대신 수수료 명목으로 최고이자율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지지했다.
이번 전합 판결은 대부업법 사건에서는 여전히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에 포함해 최고이자율 규제를 적용하지만, 이자제한법 사건에서는 이자를 다르게 본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실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두 법률은 목적과 규제 방식이 다르므로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