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해산 논란이 드러낸 일본 민주주의의 균열 [종교칼럼]

2025-12-08

일본 정부의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종교법인 해산 명령은 일본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와 국가권력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논점은 통일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종교단체의 존폐를 결정하는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서 행사했는가에 있다. 일본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일본대사관 뒤편에서 열린 ‘일본 통일교 제1심 해산선고 철회 한국시민연대 합심시위’다. 이들은 64차 시위를 이어오며 매번 대사관 주변을 청소한 뒤 집회를 시작한다. 이 집회는 일본 정부가 놓치고 있는 법적·인권적 문제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제기하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하다.

이들이 강조한 핵심은 일본 종교법인법 제81조다. 해산 사유를 “공공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지만,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법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래서 법은 보완적으로 ‘종교 간부 등에 의한 형법 위반’이라는 단서를 두었는데, 통일교는 70년 역사에서 간부가 형사범죄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모호한 개념만으로 해산을 밀어붙였다는 것이 시위대의 문제의식이다. 그들의 구호가 다소 격해 보일 수 있으나, “위헌적 해산명령 철회”, “4300건 강제개종 조사하라” 같은 외침은 일본 정부가 권력의 기준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가뜩이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국가권력이 종교 영역에 개입하기 쉬운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나라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성결교를 해산한 바 있다. 종교를 ‘국가가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던 관료 문화는 전후 일본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옴진리교 사건 이후 종교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정작 ‘해산 명령’의 요건은 모호한 상태로 남아 국가 재량을 과도하게 넓혀 놓았다. 이는 미국·영국·독일 등 G7 국가들이 종교 해산을 헌법적 예외조항으로만 제한하는 방식과 확연히 대비된다. 일본은 법적 명확성, 사법적 통제, 권력 남용 방지 장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런 제도적·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번 통일교 해산 명령은 일본 민주주의의 고질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우려를 표했다. UN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4명은 해산 명령이 “모호한 법 개념에 근거해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 종교자유 라운드테이블(IRF), 국경 없는 인권(HRWF) 등 주요 인권단체도 “종교 자유 침해이며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메시지는 요약하면 하나다. “종교 해산은 어떤 정부도 남용해서는 안 되는 도구다.”

법적 측면에서도 일본 정부 조치는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해산은 가능한 규제 수단 중 가장 강력한 방식인데, 정부는 그 이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간부 처벌, 모금 개선 명령, 회계 투명성 강화, 피해자 보호 체계 구축 등의 대안적 조치를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 인권 규범이 강조하는 ‘최소 침해의 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일본 정부는 ‘해산해도 종교 활동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인격을 상실한 종교단체는 재산을 소유할 수도 없고, 세제 혜택도 잃으며, 조직 운영 기반 역시 붕괴된다. 이것은 종교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이며, 형식적 존속만 남겨질 뿐, 사실상 종교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결국 어떤 종교든 국가권력의 판단에 따라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오늘은 통일교일지 모르지만, 내일은 어떤 단체가 ‘공공복리 위반’이라는 이름 아래 타깃이 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정치적 맥락의 개입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여론은 격앙되었고, 정부는 그 분위기 속에서 급격히 해산 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분노한 여론을 근거로 한 급격한 정책 변화다. 이는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국가 규제 권한을 위험하게 확장할 수 있다. 통일교 내부 문제는 분명 존재하며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그 해결 방식이 반드시 ‘해산’일 필요는 없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일본 민주주의 그 자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