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추가된 신설 체급
임종걸·황찬섭·김덕일 등
7명 우승 춘추전국시대
화려한 기술까지 더해
몰입도 높아지고 인기 상승
씨름 경량급 박대한(문경시청)은 지난 5월30일 경북 문경체육관에서 끝난 ‘위더스제약 2025 문경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소백장사(72kg 이하)에 올랐다. 생애 첫 소백장사 타이틀이다.
지난해 7월 보은장사씨름대회부터 민속씨름에 추가된 소백급 ‘2년 차’에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대회마다 누가 우승할지 예측이 어렵다. 지금까지 총 10차례의 소백급 대회에서 박대한을 비롯해 임종걸(이상 수원특례시청), 황찬섭(제주특별자치도청), 전성근(영월군청), 이완수(증평군청), 김덕일(울주군청) 등 총 7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박대한이 우승한 5월말 문경대회도 예측이 쉽지 않았다. 박대한은 결승에서 밀어치기로 첫 두 판을 먼저 이기고도 이주영(태안군청)을 3-2로 힘겹게 누르고 꽃가마에 올랐다.
소백급은 씨름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아지면서 힘에 의존한 트렌드가 이어지자 기술 씨름 부활을 위해 오랜 논의 끝에 지난해 도입됐다. 기존에 가장 낮은 태백급(80kg 이하) 아래에 경량급(72kg 이하)으로 자리한다. 아기자기한 기술 겨루기가 사라진 모래판에 작은 선수도 큰 선수를 이길 수 있다는 씨름만의 짜릿함을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소백급이 태백급 보다 박진감 넘치고 예측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기존의 씨름 선수 이미지를 깬 준수한 외모와 근육질의 체격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 것도 씨름 인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일단 소백급 도입 효과는 긍정적이다. 씨름계 관계자는 “소백급에 재미를 느끼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인 체구를 가진 선수들이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니 팬들 몰입도도 크다. 잘 생기고 몸 좋은 선수들이 많은 점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라며 “경기 내용이 일단 재미있고, 매 대회마다 누가 우승할지 예측이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승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백급 신설은 중·고교 경량급 선수들의 진로에도 영향을 준다. 70kg 이하 선수들을 거의 뽑지 않았던 민속씨름 스카우트 풍경도 바뀌며 체격이 작은 선수들도 장사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저변이 약한 씨름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유망한 경량급 선수들의 유출을 막는 보호막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소백급 춘추전국시대에 먼저 치고 나간 선수도 있다. 최근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전성근을 비롯해 김덕일과 황찬섭이 소백급에서 각 2승씩, 멀티 우승을 달성했다. 황찬섭은 지난해 9월 추석장사씨름대회에 이어 11월 천하장사씨름대축제까지 두 차례 소백급 정상에 올랐다.
김덕일은 올해만 2승을 올렸다. 올해 4월 평창장사씨름대회에서 소백장사에 오른 데 이어 다음 대회인 5월초 대전유성온천장사씨름대회에서 정재림(인천시청)을 꺾고 소백급 황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개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한 김덕일은 단숨에 소백급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군 제대 후 11월 모래판에 복귀하며 소백급을 준비했다는 김덕일은 “경량급이라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순발력은 물론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소백급이 태백급에 비해 경기가 조금 더 빠르고 스펙타클하고 화려하다고 생각한다. 가볍고, 빠르고, 파워풀하니 경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모래판에서 선수들의 몰입도도 높아진다. 소백급이 발전할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씨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백급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진다. 지난해까지 아예 소백급 선수가 없는 팀도 있었고, 1~2명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팀 별로 평균 3명 수준으로 늘었다. 또 다른 체급에서 소백급으로 넘어오는 선수들도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실력자가 많다. 김성하(창원특례시청), 정재욱(구미시청), 이완수(증평군청) 등은 태백급 장사 경험자다. 특히 이완수는 올해 설날대회에서 소백급으로 황소 트로피를 들었다.
소백급에서 먼저 ‘2강’을 형성한 김덕일과 황찬섭도 태백급 시절부터 라이벌이던 선수들이다. 김덕일은 지난 4월 평창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황찬섭의 소백급 세 번째 우승을 막으며 첫 소백장사에 등극했다.
문경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박대한에게 아쉽게 무릎 꿇은 이주영도 소백급에서 주목할 선수로 꼽힌다. 이주영 역시 지난해 태백급에서 소백급으로 체급을 낮추며 성적이 급상승했다. 2003년생으로 데뷔 2년차인 이주영은 아직 장사 타이틀은 없지만 문경단오장사씨름대회 이전에 지난해 삼척장사씨름대회 준우승, 올해 대전유성온천장사씨름대회 3위 등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했다.
“원래 체구가 작고 체중이 높지 않아 태백급에서 불리한 면이 있었다. 소백급으로 옮기며 실력 발휘가 조금 편해졌다”는 이주영은 “지난해 첫 시즌에는 적응하기 바빴지만 두 번째 시즌이 되면서 마음도 편해졌고 경기력도 많이 올라왔다. 올해 안에는 소백장사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