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한우에 지갑 연다…'가치소비'에 명절선물도 ESG 바람

2025-09-03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추석을 한 달 남짓 앞뒀지만 과일 코너에는 사전예약 안내문과 함께 다양한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올해 추석 선물로 저탄소 인증 과일 세트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프리미엄 구성으로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실속형·가성비 선물세트보다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사전예약에 나선 유통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반영한 명절 선물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확산하며 다소 비싸더라도 ESG 제품을 선택하는 고객을 겨냥한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와 협업한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협업에 나선 곳은 전남 해남에 위치한 상강 한우 농가로 사육 밀도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인증을 획득했다. 황현덕 롯데백화점 축산바이어는 “유기 축산을 향한 소비자 관심이 커짐에 따라 동물복지 기준을 갖춘 한우로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플라스틱 포장도 새로운 명절 선물세트 흐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축산 일부 제품에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100% 재생펄프 선물 박스를 지난해부터는 냉장·냉동 축산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2024 신세계 ESG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명절 선물세트의 84%를 친환경 패키지로 구성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부터 직매입하는 과일 선물세트에 기존 스티로폼 과일망을 없애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과일 포장재를 전면 도입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명절 과일 선물세트에서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낮췄다. 기존 플라스틱 완충재를 대체해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페이퍼 패키지를 적용했다. 올해 설에는 전체 과일 선물세트의 70%에 적용했지만, 추석에는 전체 물량으로 확대했다.

친환경 상품을 일부러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마트의 가치소비 브랜드인 ‘자연주의’ 선물세트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평균 매출이 8% 올랐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연휴를 맞아 자연주의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 대비 10% 늘렸다. 이마트에 따르면 자연주의 저탄소 인증 사과·배 선물세트(12과)는 지난해부터 이마트 전체 과일 선물세트 중 매출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소비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6.9%)은 ”조금 비싸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소비 가치관 키워드로 절약을 중시하는 짠테크(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 32.9%)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가치관을 소비로 증명하는 미닝아웃(26.5%)도 동시에 강조했다. 미닝아웃이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과 드러내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합쳐진 신조어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치소비 흐름에 맞춰 기업이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제품을 늘리며 가치소비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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