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이 취미입니다. 반드시 극장에서 봅니다. 한 달에 대략 6~8편의 영화를 관람하고 있으며 매번 블로그에 관람 후기 포스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인상적이였던 영화 이야기도 해 볼까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영화 자체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저에게 영화는 곧 여행입니다. 주인공의 일상적인 대화, 평범한 행동과 상황들이 관객인 저에게는 상당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느낌을 받는 그런 경험처럼 말이죠. 우리가 낯선 곳을 여행한다지만, 실로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합니다. 좀 더 두리번거리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까닭은 지금 여행 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지금 영화 관람 중이기 때문에 굳이 애써 한 마디 한 마디를 집중해서 듣고,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고 보고 또 힘써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를 씁니다. 낯선 곳에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말이죠.
영화가 특별히 명장면, 명대사를 품고 있다면 더욱 반갑고 기쁩니다. 한 편의 영화는 그 줄거리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인상적인 한 장면이나 뼈를 때리는 한 마디 대사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정이 끝나면 여행은 대개 한 순간, 한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관람은 여행처럼, 여행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이라는 말로 바꿔봅니다. 몇 년 정도 된 영화 관람 취미는, 단조로웠던 제 인생을 굉장히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한 달에 몇 번씩 극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2.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 속 여러 상황, 순간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어째 저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왜 그랬을까? 나라면 어떠했을까? 나도 그랬을까?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다만 줄거리를 따라 이야기 자체의 재미만을 좇는 것은 일차적 관람입니다. 그렇게 소비하고 말 영화들이 많지만, 소위 고전 또는 명작이라는 영화가 있기도 합니다. 문학 또한 그렇습니다. 제왕학으로써의 역사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영화, 문학, 역사는 다만 그 이야기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고민하는 문제를 자신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재해석을 경유하는 이차적 관람이 영화 관람의 진짜 재미입니다.
영화 속 여러 문제적 상황,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서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영화 관람이라는 일종의 ‘사고 실험’을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간접 경험과 나름의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태도를 결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 본인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다수의 선택, 통상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뜻밖의 선택, 남다른 생각이 내 생각으로, 나의 태도로 자리잡기도 합니다.
영화, 문학,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자기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아,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결코 그 진면목을 끝까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겪으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갈 수 있는 ‘나’라는 자아. 제가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난 후 다만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줄거리를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내 생각>을 적는 이유입니다. 글로 구체화해 써 놓으면, 이는 결국 내 태도 변화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글쓰기의 힘’입니다.
3. 저는 영화를 주로 혼자 봅니다. 혼자 극장에 갑니다. 다른 이와 함께 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책도 주로 혼자 읽고 남들과 함께 읽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저는 주로 혼자 걷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혼자 여행 떠나기를 좋아 하는 이유는 가족,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미 많이 떠나 봤기 때문입니다.
혼자 하는 모든 활동은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혼자라야 비로소 영화를, 책을, 산책을 그리고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세상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것입니다. ‘나’로서 말이죠. 함께 하면 더 풍부하고, 함께 가면 더 멀리간다지만 ‘나’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휩쓸려가면서 말이죠.
일단 나부터 챙겨야 합니다. 혼자 가도 천천히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혼자 해도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되려 고독해서 스스로 즐길 수 있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깊어져야 넓어질 수 있습니다. 깊이 없이 한 없이 넓어질 수는 있지만 넓어지지 않고서 깊어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즉 먼저 깊어지려고 노력해야, 혼자일 수 있어야 비로소 넓어지고 또 어울릴 수 있을 일인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혼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