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선수가 ADHD약으로 인해 ‘도핑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와 자격 정지를 받은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4일 방송된 MBN '오은영 스테이'에서는 ‘깜빡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참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깜빡이’는 자신이 12년 차 육상선수라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운동했던 것 같다"며 "프로 육상선수로 활동했고 2024년 대한민국 800m 전국 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깜빡이’는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깜빡하는 게 치명적인 결함이었다”고 말하며 닉네임이 ‘깜빡이’가 된 일화들을 공개했다.
‘깜빡이’는 식당에 갔다가 계산을 안 하고 짐을 그대로 두고 오거나, 시합 때 경기 신발을 놓고 와서 시합을 못 뛴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신발만 신경 쓰다가 번호표를 안 챙겨서 경기에 참가를 못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 약속도 못 지켜서 10번 중 8~9번 지각한다고 하는 등 전형적인 성인 ADHD 증상을 보였다. 성인 ADHD 증상 중에는 ‘깜빡이’가 겪은 것처럼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약속에 자주 늦기도 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방송에서 ‘깜빡이’는 “제가 혼나는 건 괜찮은데 단체생활이라 저 때문에 친구들이 같이 혼나는 게 너무 괴롭다”고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깜빡이님이 말씀하신 게 주의력 문제다”라며 “성인형 ADHD가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전문의가 1:1로 제대로 진단한다면 전 세계 인구 20%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의력에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깜빡이’는 “작년 전국 대회에서 1위를 했는데 뒤늦게 약물 검사 결과지를 받고 ‘도핑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ADHD 약물 복용 때문에 문제가 된 건데,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도핑 규정 위반으로 자격 정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깜빡이’는 “너무 속상했다. 저는 노력하면서 쉬는 날 다들 놀러 갈 때 저는 숙소에만 있고 훈련을 했다”고 했다. 그는 “개인 최고기록을 단축하고 1등을 했다. 노력이 빛을 본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도핑 결과가 나오고 한순간에 다들 ‘약 먹어서 잘 뛴 거네’ 하더라. 그게 노력하고 땀 흘린 게 부정당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사람들이 쳐다만 봐도 ‘쟤 약 걸린 애잖아’ 하는 거 같다”라며 “사람들의 대화가 다 저를 두고 하는 소리 같고 누군가를 마주치는 게 힘들어서 괴로움을 잊고 싶어서 술을 마셨고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6일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급기야 “술과 우울증약을 같이 먹다 보니까 위험하고 수면제를 4일 치를 몰아 먹었다”며 “3일 동안 자면 그게 좋은 거고 그렇게 일주일을 날렸고 심지어 약 기운데 유서까지 써놨더라”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 박사는 성인 ADHD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시를 들며,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이야기했다. 또, “약물과 술을 함께 복용하는 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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