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 경험, 드라마에서만?... 외국인 관광객 막는 '디지털 장벽'

2024-11-05

한국의 일상 경험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막는 디지털 장벽?

[디지털포스트(PC사랑)=정혜]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한 7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91% 수준까지 회복된 수치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쇼핑 중심 여행에서 벗어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확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등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았던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고 싶은 MZ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IT 앱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앱이 불편한 유일한 나라

이러한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네이버지도앱을 설치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도가 한국 관광 필수앱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어로 앱을 사용하는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간 활성 사용자(DAU)의 지난달 평균치가 작년 동기 대비 약 3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 인덱스 기준 내·외국인 전체 DAU 지난달 평균치는 약 689만 4000명이며, 이중 20%가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네이버 지도 앱은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외국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도의 기능과 정보가 매우 정확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혼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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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네이버 지도의 성장이 국내에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 지도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월간 약 20억 명이 사용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구글앱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지도에선 국내 도보 길 찾기나 3D 지도 등의 기능이 제한된다. 관광의 기초이자 핵심인 대중교통 이용 정보마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 정보를 상세하게 담아낸 네이버 지도와 비교해 경쟁력이 뒤처진다.

외국인 관광객들 입장에서도 한국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건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인데, 구글앱을 대체한 네이버 지도가 외국인들에게 필수앱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만 편리한 IT 강국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길 찾기뿐 아니라 신분 인증, 결제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신용카드 결제방식도 쉽지 않다. 모바일로 결재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의 이용도 외국인들에게는 어렵다. 현행법상 간편결제 수단을 발급행할 때도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등의 방법이 필요하지만, 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거의 없다. IT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보편화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난관 중 하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우버를 비롯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우버는 2013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X'를 한국에 출시했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이 불법이라는 정부의 판단으로 2015년 사업을 중단했다.

현재는 티맵 모빌리티와 공동 설립한 조인트벤처(JV) 우티를 통해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버 이용자는 영어 앱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결제도 기존에 등록한 카드로 가능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우티’만으론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우버를 이용하면 차량 선택도 할 수 있고 선택지가 다양한데 한국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배달음식 주문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SNS 플랫폼 레딧에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응이 많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배달 주문하려면 '본인 인증' 절차가 필요하지만, 한국 핸드폰 번호나 신용카드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업체에서 외국인도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카드 이용이 어렵다는 반응이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는 관광객도 많지만 역시 쉽지 않다. 주요 배달앱 대다수는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외국어를 지원하더라도 각 업체의 음식 정보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 이에 최근 정부가 배달앱 업체들에 외국어 서비스 도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맛집을 방문했을 때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부 식당은 대기 순번을 키오스크로 등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여기서 010으로 시작하는 한국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외국인 전용 서비스 확대되어야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로, 초고속인터넷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 배달, 예약 등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외국인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부터라도 IT 기업들이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외국인 이용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외국어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따를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외국인 전용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인에 특화된 기존 서비스만으론 외국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외국인용 ‘배민’ 역할을 하는 셔틀 딜리버리는 '할랄', '비건' 등 키워드를 제시해 식당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한 것이다. '사람인'과 비슷한 구직앱 '코워크'는 기업이 외국인 채용 공고를 올릴 때 선호하는 비자 유형을 명시하도록 하여 외국인들의 편의를 높였다.

서울시, 외국인 대상 서비스 출시

유학생 커뮤니티 서비스인 스테이포틴, 외국인 구직앱인 코워크위더스, 외국인 행정서비스 스타트업 하이어다이버시티 등도 대표적인 외국인 겨냥 서비스다. 지자체까지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실시간 여행정보 추천 스타트업인 글로벌리어와 협력해 외국인 택시 호출앱 타바를 지난달 선보였다. 외국인용 택시인 '타바'는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어도 현지 전화번호로 인증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첫 단계로 '통합 게이트웨이 앱'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다양한 로컬 플랫폼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통합 게이트웨이 앱을 통해 본인 인증을 완료하며 국내 온라인 서비스 이용 시 개별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하나의 앱에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민관 협력을 통해 각 로컬 플랫폼과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연동, 인증·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한국 방문 경험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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