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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지난해 조계종이 주최한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방문자의 80%가 2030이었다고 한다. MZ세대 사이에서 불교가 ‘힙한 종교’로 떠오르면서 불교박람회가 젊은층의 축제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핫한 불교박람회에서도 참가했다 하면 오픈런과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부스가 하나 있다. 바로 군 소속(군종특별교구) 스님들이 운영하는 디저트숍 ‘스님의 빵앗간·스밀스밀’ 부스다. 참관객들은 “불교박람회 가면 일단 여기부터 줄 서야 한다” “수십 분 줄 섰는데 결국 품절 돼버렸다” 등등 치열한 구매 후기를 전하고 있다. 스님들이 밀크티를 우리고 휘낭시에를 굽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경제신문이 ‘스밀스밀’을 기획하고 제작한 여거 스님을 직접 만나고 왔다.

군장병 위문하려 만든 스님의 밀크티 ‘스밀스밀’
“밀크티가 품절됐다는 얘기에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던 참관객이 기억에 남아요. 스밀스밀이 맛보고 싶어서 그날 아침 제주도에서 올라오셨다더라고요. 다행이 한 병을 어떻게 구해서 쥐어드렸어요. 이렇게 큰 관심을 끌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최근 서울 동작구 보라매법당에서 이곳의 주지이자 불교박람회 화제의 아이템 ‘스밀스밀’을 기획한 여거 스님을 만나고 왔다.
보라매 법당은 보라매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공군 최초의 법당으로 1971년 건립됐다. 보라매공원에 있던 공군사관학교는 1985년 청주로 이전했지만, 법당은 이곳에 남아 주민들을 위한 종교 시설로 역할하고 있다.

13년째 군대에서 ‘군승’으로 재직 중인 스님은 처음엔 군 장병들을 위해 밀크티와 베이킹을 시작했다고 한다. “직접 만들면 단가를 낮출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장병들한테 맛있는 걸 먹이자는 생각이었어요. 2019년쯤 군종특별교구에 있는 다른 스님께서 마카롱 굽는 법을 배워 오셨어요. 저도 디저트를 워낙 좋아해 같이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죠. 버터바, 머핀, 푸딩 등등 유행하는 디저트란 디저트는 다 만들었어요. 밀크티도 그 중 하나였고요.”
‘스님의 밀크티’에서 따온 ‘스밀스밀’이란 제품명도 군 장병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요즘엔 뭐든 줄여서 말하잖아요. 스님이 만든 밀크티라고 ‘스밀 먹으러 가자’ ‘스밀 맛있다’ 이러더라고요. 재미있어서 아예 이름으로 썼어요.”
군대 내에서만 맛볼 수 있던 밀크티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2023년이었다. 불교박람회에 처음으로 군종특별교구 부스를 차리게 됐고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그리고 밀크티를 들고 나갔다. 처음엔 호기심에 오던 참관객들 사이에서 맛으로 입소문이 나며 완판을 했다. “지난해에는 웨이팅 인원이 200명까지 늘었어요. 물량을 맞추려고 하루에 스무 시간은 일을 한 것 같아요.”
부스가 대박난다고 해서 스님 개인에게 금전적 이득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수익금 전액은 오직 군장병들을 위해서 사용된다. 이 수익금은 또다시 낯선 군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에게 소소한 행복으로 전달될 것이다. 스님은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함께 모여서 뭔가를 해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파민의 시대, 슴슴함을 찾는 2030

이러한 불교박람회, 나아가 불교에 대한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스님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울대 신입생 동아리 설명회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몇 분간 주어진 홍보 시간에 다른 동아리들은 화려한 홍보를 쏟아냈어요. 그런데 불교 동아리는 목탁 한 번 치고 아무 것도 안했대요. 화면엔 가입 큐알코드만 띄워 놓고요. 근데 인기 폭발이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이런 걸 보면 요즘 사람들이 정말 고자극에 지쳐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불교를 찾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아요.”
군승으로서 많은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온 여거 스님은 요즘 젊은이라고 고민의 내용이 다르진 않다고 했다. 연애, 진로, 관계가 주된 고민거리라고.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갈수록 ‘선택’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고 선택지가 많다보니 선택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저는 줄곧 지방에 살아서 교통수단이 자가용 아니면 없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오고 나니 버스에 지하철에, 선택지가 너무 많은 거에요. 외출할 때 과거엔 아무 고민이 없었는데, 이젠 외출할 때면 늘 뭘 타고 갈지 고민하게 돼요.”
고민에 빠져 선택이 어려울 때, 스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저는 인생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잡초라고 해도, 내가 애정을 갖고 의미를 붙여주면 꽃이 돼요. 내 삶도 남들이 아닌,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해 준다면 멋진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2025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오는 4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사전등록 인원이 사상 최초로 4만 명을 돌파, 올해도 관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